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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활황에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왜?…간담회장 덮친 지배구조 화두
입력: 2026.03.18 18:02 / 수정: 2026.03.18 18:02

중복상장·주주환원 부족 핵심 원인 지목
장기자본 확충·벤처 회수시장 다변화 주문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윤정원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주재한 가운데, 시장 참여자들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한계로 지배구조 문제를 가장 핵심 과제로 꼽아 이목이 쏠린다. 중복상장 제한과 주주가치 제고, 장기투자 기반 확충이 함께 이뤄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정부는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시장 신뢰 회복, 주주 권익 강화, 자본시장 혁신, 투자 접근성 확대를 4대 개혁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날 자리에는 민간·정부·청와대 관계자 47명이 참석해 중동발 리스크 대응부터 자본시장 구조 개편, 벤처 생태계 보완책까지 폭넓게 의견을 냈다.

다만 간담회 현장의 무게중심은 정책 발표 그 자체보다도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는 병목 지점이 어디인지, 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무엇부터 손봐야 하는지를 짚는 데 실렸다. 대통령이 "현장에 계신 여러분들의 의견이 정책 결정에 많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대목이다.

◆ 국내 증시 견조한데도 왜 '싸게' 볼까…'지배구조'에 쏠린 시선

간담회 참석자들은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과 유가 충격에도 한국 증시의 기초체력은 과거보다 한층 나아졌다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리서치 총괄 전무는 "2022년과 비교해보면 한국 경제의 대외 기초체력은 훨씬 더 건강해졌다"며 "반도체 수출은 2022년 대비 3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고, 경상수지도 역사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 급등이라는 불확실성은 있지만 과거와 같은 위기 상황과는 다르다"고 진단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비슷한 시각을 내놨다. 박 교수는 "중동 리스크와 유가 충격, 조정 국면, 우리 고유의 증시 변동성이 결합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과거와 비교하면 고점 대비 낙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우리 자본시장이 위기에 강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이 흔들리는 듯 보여도 펀더멘털 차원에서는 과도한 공포로 볼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체감은 달랐다. 개인투자자 대표로 참석한 코미디언 장동민 씨는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이 견고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개인투자자들은 여전히 '내가 사면 떨어지고 내가 팔면 오른다'고 느낀다"며 "정부 차원에서 어디까지가 믿을 수 있는 정보인지, 앞으로 자본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믿음의 영역'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곧바로 지배구조 이슈로 이어졌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시장은 결국 주주를 잘 대우하는 시장"이라며 "지배구조 개선은 새로운 아젠다가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앞서 이 대통령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재벌 구조에서 파생된 기업 지배구조 문제, 지배권 남용과 경영권 남용"을 거론했다. 현장에서는 시장 체력에 대한 진단보다도 결국 한국 증시를 눌러온 구조적 할인 요인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더 큰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가장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은 중복상장과 주주가치 훼손 문제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중복상장 시가총액이 1000조원을 넘고 비중도 전체의 20%에 달한다"며 "해외 투자자들과 얘기해보면 한국 주식은 일단 30% 할인하고 본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 핵심에 지배구조와 중복상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비교하면 한국 기업이 못 버는 것도 아닌데, 이런 구조적 할인 때문에 제값을 못 받는다"며 "중복상장을 원천적으로 줄이면 지수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환원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석준 모건스탠리 서울 부문장은 "한국은 총자산수익률(ROA)은 높은데 ROE가 상대적으로 낮다. 차이는 자본에서 나는 것"이라며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배당뿐 아니라 신규 자사주 매입과 자사주 소각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년 투자자 한서령 씨도 "자회사 중복상장과 저조한 주주환원이 저평가의 핵심 원인"이라며 "이 문제가 해소돼야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고 했다.

◆ 단기차익보다 '장기자본'…"기관이 버팀목 돼야" 한목소리

투자문화와 수급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었다. 김우석 삼성자산운용 대표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단기 매매보다 장기 분산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년 기준 국내 개인 순매수가 6조원이었는데 올해는 아직 1분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16조원까지 늘었다"며 "이럴 때일수록 시간과 복리의 힘을 믿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연금계좌 등을 통해 먼슬리(Monthly) 투자, 분산 투자,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도 같은 결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확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IMF도 겪고, 글로벌 금융위기도 겪어봤는데 예전에는 큰 이벤트가 생기면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이탈했지만 지금은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5100조원 정도인데 ETF가 400조원이라는 건 개인 참여가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ETF는 투명하고 시장에서 바로 거래되기 때문에 변동성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기투자 기반이 충분히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우리 시장은 기관투자자 저변이 얕다"며 "기관은 장기자본, 인내자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기능이 충분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일본의 중앙은행 ETF 매입 등을 예로 들며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보다 긴 호흡으로 시장을 떠받쳐야 한다고도 짚었다.

◆ IPO만 바라보는 회수시장…벤처 생태계도 출구전략 바뀔까

벤처·스타트업 분야에서는 상장이 성장의 과정이 아니라 회수의 종착점처럼 굳어진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랐다. 최재식 인이지 대표는 "상장이 목적이 아니라 성장의 단계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상장 자체가 곧 회수의 이벤트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오버행을 완화할 수 있는 장기 보유 펀드나 락업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략적 투자자나 장기 투자자들이 상장 이후까지 함께 갈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생활연구소의 연현주 대표도 회수시장 다변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연 대표는 "국내 벤처는 IPO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며 "대기업 인수합병(M&A)을 국가 차원에서 장려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스타트업을 사들이면 문어발 확장이라는 시선이 먼저 나오는데,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회수시장이 정상화된다"고 말했다.

기술특례 상장기업의 고민도 비슷했다. 김남용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대표는 "기술특례 기업은 상장 이후에도 글로벌 시장 진출과 사업 개발을 위해 장기 자금이 필요한데, 현실에서는 대부분 단기 수익 실현 자금만 들어온다"며 "상장 이후에도 장기 투자 펀드가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코스닥·코넥스 기업들이 상장 문턱을 넘은 뒤에도 기지개를 켜지 못하는 배경에는 이런 자금 구조의 문제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해법을 둘러싼 온도차도 감지됐다. 허혜민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니콘 기업에 락업 인센티브를 주면 오히려 가격 이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좋은 기업을 사고 싶어 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과도한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체감도가 높은 거래 인프라 개선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이 "왜 오늘 주식을 팔았는데 돈은 모레 들어오느냐"고 묻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현행 T+2 결제 구조를 설명하며 결제주기 단축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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