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은 지금 '남의 연애'에 중독됐다. 대리 설렘을 표방하며 시작된 연애 리얼리티는 시청자들의 도파민을 먹으며 몸집을 키웠고, 이제는 더 큰 자극에 사로잡혔다. 단순히 남녀의 만남을 넘어 전 연인은 물론 형제·자매, 심지어 자식들의 연애까지 관찰하는 형태로 확장됐다. 일부 프로그램은 진정성 있는 인연 찾기보다 '자영업 홍보 창구' 혹은 '인플루언서 등용문'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더팩트>는 연애 예능 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범람하는 연애 리얼리티가 만들어 낸 문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연애 리얼리티가 예능의 주류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 역시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자극적인 설정과 출연자 화제성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연애 예능이 이제는 '도파민'과 '진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티빙 '환승연애', ENA·SBS Plus '나는 솔로' 등 연애 리얼리티는 최근 몇 년 사이 방송가에서 가장 안정적인 화제성을 확보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플랫폼과 채널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쏟아졌고, 시즌제를 기반으로 한 대표 시리즈들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장르가 빠르게 확장된 만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 자극적인 설정으로 시청자에게 강한 몰입과 '도파민'을 제공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장르의 본질인 '연애의 진정성'은 희미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특히 방송 이후 출연자들의 SNS 활동이나 연예계 진출이 화제가 되면서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프로그램 자체가 '홍보의 장'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연애 예능이 꾸준히 겪어온 가장 큰 문제는 출연자를 둘러싼 사생활 논란이다. 프로그램이 화제성을 얻기 시작할 무렵 어김없이 등장하는 학폭 의혹, 과거 연애사 폭로, 사생활 논란 등은 이제 연애 예능의 '연례 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출연자의 학창 시절 논란이나 과거 발언 등이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프로그램 전체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제작진은 매번 "심도 있는 인터뷰와 다양한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하지만, 일반인의 과거를 완벽하게 검증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분명하다.
공권력이 없는 제작진이 개인의 과거 행적을 모두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논란이 터진 뒤 해당 출연자의 분량을 편집하거나 통편집하는 방식의 '사후 대응'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연애 예능이라는 장르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출연자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사생활을 어디까지 확인할 수 있는지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방송 이후 예상치 못한 폭로가 이어질 경우 프로그램 자체가 큰 타격을 입는 구조다.
또 다른 논쟁은 '진정성'이다. 최근 연애 예능 출연 이후 SNS 팔로워가 급증하고 광고 협찬이나 연예계 활동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출연자의 출연 목적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출연자가 방송 이후 인플루언서 활동을 시작하거나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연예계 진출을 모색하는 등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연애 예능이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일종의 '스타 등용문'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프로그램의 본질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실제 연애 감정보다 화제성을 위한 관계 설정이나 캐릭터가 강조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제작진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고민이 따른다. 얼굴과 사생활을 공개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자를 섭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팩트>에 "연애 예능은 자신의 얼굴과 일상을 전국민에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는 일반인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견인할 수 있는 인물을 찾다 보면 방송 경험이 있거나 SNS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눈이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모와 캐릭터, 화제성까지 고려하다 보면 홍보 목적이 있거나 연예계 진출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이를 알면서도 프로그램을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화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시청자 피로도를 점점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갈등을 유도하는 편집이나 새로운 출연자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려 하지만, 이는 종종 출연자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사이버 불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리얼리티 예능은 출연자의 실제 감정과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장르인 만큼 윤리적 책임 역시 크다. 그러나 현재의 연애 예능은 화제성과 흥행을 우선시하면서 출연자 보호나 장르의 진정성이라는 문제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애 리얼리티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지금,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도파민' 이상의 이야기다. 설득력 있는 관계와 감정, 그리고 프로그램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이다.
'연애 예능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장르가 확장된 지금, 방송가가 고민해야 할 것은 새로운 포맷의 등장만이 아니다. 자극적인 설정을 넘어 장르의 본질인 '진정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다시 말해 연애 예능이 단순한 화제성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출연자와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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