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극장가 '1000만 0편' 쇼크 속에도 콘텐츠 투자 확대
'왕과 사는 남자' 1346만 돌파…IBK, 올해도 500억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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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누적 관객수 1200만 명을 돌파한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신문사 광장에서 장항준 감독이 시민들에게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극장가 한파가 길어지는 와중에도 영화 투자 명단에서 꾸준히 등장하는 이름이 있다. IBK기업은행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시장이 '연간 1000만 영화 0편'이라는 침체를 겪는 동안에도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투자를 확대했고, 올해 투자작 '왕과 사는 남자'가 1300만 관객을 넘기며 존재감이 다시 부각됐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결산 자료에서 지난해 국내 극장 전체 관객 수는 1억609만명, 매출액은 1조47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8%, 12.4% 감소했다. 한국영화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 가파르다. 2025년 한국영화 관객 수는 4358만명, 매출액은 4191억원으로 각각 39.0%, 39.4% 급감했고 '연간 1000만 영화 0편'이 현실이 됐다.
흥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작·배급사뿐 아니라 중소 제작사들의 자금 조달 창구도 빠르게 좁아졌다. 이럴수록 투자자들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기업은행은 오히려 '우수 프로젝트 중심'으로 투자 폭을 유지·확대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 1346만 흥행 질주 '왕과 사는 남자'…IBK 이름 있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기준 3월 15일 누적 관객 1346만7844명을 기록하며 흥행 질주를 이어갔다.
흥행과 함께 투자자 명단도 화제가 됐다. 기업은행은 '왕과 사는 남자' 제작에 10억원을 투자해 공동제공사 명단 맨 앞에 이름을 올렸다. 손익분기점(관객 260만명)을 크게 넘어선 데 이어 1000만 관객까지 돌파하며 투자 성과가 주목받는다는 평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직접투자로 10억원을 집행했다"며 "시나리오·장르·관람등급 등을 정량평가하고 감독·배우 경력에 따른 가감점을 적용해 최종 판단했으며, 작품의 완성도와 대중적 공감대, 검증된 제작진 참여를 경쟁력으로 봤다"고 밝혔다.
이 같은 '콘텐츠 금융'을 기업은행은 혁신금융 브랜드의 한 축으로도 내세우고 있다. 기업은행은 CES 2026에 참가해 은행권 유일 단독 부스를 운영하며 'K-콘텐츠 투자 프로세스' 등을 관람객에게 소개했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영화 중 1000만 영화는 명량,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부산행, 신과함께1·2, 극한직업, 기생충, 범죄도시2, 파묘 등 11편에 달한다.
앞서 기업은행은 '극한직업'에 7억9000만원을 투자해 377% 수익률을, '파묘'에 10억원을 투자해 129% 수익을 올린 바 있다.
기업은행은 2012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투자 전담 부서를 설치해 운영해 왔다. 투자 규모도 커졌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문화콘텐츠 투자금액은 2021년 216억원, 2022년 284억원, 2023년 312억원, 2024년 408억원에서 2025년 549억원으로 확대됐고, 2026년에도 500억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3월 개막 예정인 뮤지컬 '렘피카'에 투자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투자 검토 중인 건들은 있으나, 계약 체결 전으로 확정된 투자 건은 없다"며 "투자 제안을 수시로 접수해 검토하는 업무 특성상 구체적인 투자계획 역시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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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은행은 2012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투자 전담 부서를 설치해 운영해 왔다. /IBK기업은행 |
◆ '흥행 베팅' 넘어 '체계'로…체크리스트·리스크 관리도
기업은행의 콘텐츠 투자 방식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운'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1단계에서 제작 참여 구조, 특정 민감 요소, 제작진 이슈 리스크 등을 점검하고, 2단계에서는 시나리오·장르 등 다수 항목을 점수화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단계에서는 감독 연령, 데뷔 여부, 최근 흥행 흐름 등을 반영해 가감점을 적용하는 방식도 언급됐다.
물론 영화 투자는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큰 사업이다. 2025년처럼 시장 침체가 길어질 경우 손실 가능성도 커진다. 그럼에도 기업은행이 2026년에도 500억원 이상 투자를 예고한 것은 단기 흥행 베팅을 넘어 콘텐츠 산업을 장기 성장 분야로 보고 '마중물'을 공급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영화·드라마 등 영상 중심 투자에서 뮤지컬·공연·전시 등 비영상 분야로 투자를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작품성과 수익성을 갖춘 콘텐츠를 발굴·투자해 K-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