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전 완료 뒤 매각" 못 박자…HMM 육상노조 총파업 예고하며 '이전 저지' 여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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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월 2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건물에 입장하면서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김태환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HMM 매각보다 본사 부산 이전이 선결이라고 공개적으로 못 박으면서 HMM 민영화 시계가 사실상 '속도조절' 국면에 들어갔다. 부산 이전 추진이 본격화되자 HMM 육상노동조합은 본사 앞 집회와 총파업 가능성까지 예고하며 정면 반발에 나서고 있다. 최대주주인 산은·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지분 합산 70%를 넘기는 상황에서 '이전 우선'이 정책 판단인지 정무적 선택인지에 대한 해석도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HMM 매각은 (본사의) 부산 이전을 완료한 다음에 추진할 생각"이라며 "부산 이전이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해수부·해진공이 3~4월 중 이전 일정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전이 결정되면 산업은행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나왔다. 매각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지만 '지금 당장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한 셈이다.
HMM은 산은(35.42%)과 해진공(35.08%)이 최대주주로, 두 기관의 판단이 매각·이전 모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은은 매각 원칙과 관련해 가격만이 아니라 국적 선사로서 역할, 산업정책과의 정합성 등을 함께 고려하겠다는 취지로도 설명했다. 매각을 하더라도 산업정책 변수와 맞물려 속도·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 노조 '이전 반대' 총파업 예고…4~5월 임시주총설 확산
'부산 이전' 드라이브가 가시화되자 반발도 커졌다. HMM 육상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파크원 타워 인근에서 최대 500명 규모 집회를 열고, 이달 30일까지 매주 수요일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주 2회 또는 매일 집회로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본사 이전이 계속 추진될 경우 4월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총회를 열고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언급했다.
노조가 여론전에 나선 배경에는 '절차'가 있다. 본점 소재지를 바꾸려면 이사회 결의와 주주총회 정관 변경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HMM 안팎에서는 4~5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본사 이전 안건이 논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사외이사 4명 중 3명의 임기가 3월 만료되는 점과 맞물려 이사진 개편 이후 정관 변경 안건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정관상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이 있어 소재지 변경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변수다. 다만 산은·해진공 지분율이 합산 70%를 넘기 때문에, 안건이 상정될 경우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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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은이 '이전 완료 뒤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HMM 민영화 일정과 공적자금 회수 시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산업은행 본점. /이선영 기자 |
◆ '해양수도' 추진과 맞물린 '이전 우선'…정무적 해석도
HMM 본사 이전 이슈는 '해양수도 부산' 구상과 함께 정치 쟁점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세종에서 부산 동구로 이전을 시작했고, 800여명이 부산으로 옮겨가는 장거리 이전이 진행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2월 19일 SNS(X·옛 트위터)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을 공유하며 "해수부 이전, 해사법원 설치에 이어 동남권 투자공사 설립은 물론 곧 HMM 이전도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남겼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현안에 힘을 싣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박 회장이 불과 며칠 뒤인 2월 25일 '부산 이전 완료 뒤 매각'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이전 우선' 기조가 정부의 해양수도 구상과 맞물려 읽힌다는 시각도 나온다. 다만 박 회장과 대통령이 중앙대 법학과 동문이라는 점이 거론되더라도, 정책금융 의사결정이 특정 관계나 의도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어 단정은 어렵다는 해석도 공존한다.
◆ 서울 거점 vs 부산 이전…인재 유출·영업 공백 우려도
노조 측은 "글로벌 화주를 상대하는 영업 조직은 서울을 벗어나기 어렵고, 이미 자회사 등을 통해 부산 사업을 관리하고 있어 본사 이전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본사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이탈 가능성이 커지고, 인재 손실이 회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찬성 측은 "공적 자금 투입으로 성장한 국적 선사인 만큼 부산 이전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정부가 북극항로 구상 등을 내세우며 부산을 해양 거점으로 키우려는 상황에서, HMM 본사 이전이 상징성과 파급력을 갖는다는 주장이다.
3월 이사회·사외이사 교체, 4~5월 임시 주총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HMM '부산 이전'은 정책금융 판단과 정무적 해석, 노사 갈등이 한꺼번에 겹치는 시험대로 번지고 있다. 특히 산은이 '이전 완료 뒤 매각'을 공식화하면서 HMM 민영화 일정과 공적자금 회수 시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각은 공적자금 회수와 직결되는 사안인데 '부산 이전 선결'이 공식화되면서 우선순위가 바뀐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정책 판단인지 정무적 판단인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만큼, 명확한 로드맵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