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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석유 가격 상한’ 카드…30년만에 시장 개입
입력: 2026.03.10 11:22 / 수정: 2026.03.10 14:08

이번 주 고시 시행…단기 효과·장기 시장 왜곡 우려

지난 9일 서울 구로구의 한 최저가 주유소에 주유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뉴시스
지난 9일 서울 구로구의 한 최저가 주유소에 주유하려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뉴시스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번 주 안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 30년 넘게 사용되지 않았던 ‘가격 통제’ 카드를 꺼내 국내 물가 충격 완화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시장 왜곡 우려를 고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에 따라 석유 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을 위한 고시 제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최근 국내 석유 가격이 국제 유가 상승보다 빠르게 반영되는 등 가격 비대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격 상한을 설정해 유가 상승 기대 심리를 완화하고 급격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석유 최고가격제는 국내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정책이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정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한 사례는 없다. 헝가리 등 국외에서 일부 시행한 적은 있지만, 현재 석유 가격 상한제를 운용하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을 정부가 직접 통제하면 시장 왜곡 생길수 있어서다. 예컨대 소고기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면 소비는 늘고(인하에 따른 기대 심리) 공급은 줄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초과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구매를 위한 소비자 줄서기, 공급자의 이익 감소에 따른 판매 제한(판매 연기), 암시장 거래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격 통제가 장기화하면 공급 축소로 시장 불균형이 커지면서 오히려 물가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기업 생산비와 물류비가 동시에 오르면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기업 투자와 소비가 위축되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9일 브렌트유 119.5달러, 10일 90달러 초반 등 유가 상승 폭은 다소 완화됐지만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국제 유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원유 수송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특히,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국제 유가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최고가격을 일정 수준에서 고정하기보다 시장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2주 단위’로 가격 상한을 조정해 급격한 가격 변동을 완충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 기대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물가 상승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단기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며 "다만 한시적으로 운용해야 하며 장기화할 경우 경제 전반에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석유 수급 상황도 점검하고 있다. 국내 석유 비축량은 약 1억9000만배럴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약 208일 사용 가능한 수준이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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