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중랑구에 사는 변영진(30) 씨는 지난 19일 서울북부지법을 찾아 출생신고서를 열람했다. /변영진 씨 제공
[더팩트ㅣ정인지·김태연 기자] 친생자 확인 등 가사 소송에 주로 쓰이던 출생신고서를 '추억' 삼아 열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부모가 세상에 처음으로 남긴 자신의 공식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출생신고서는 신생아 출생 시 가족관계등록부 작성과 주민등록을 위해 시·읍·면장에게 제출하는 문서다. 본적과 주소, 성명, 출생 일시·장소, 부모 인적 사항 등이 기재된다. 가족관계증명서상 등록기준지의 관할 법원이나 가정법원에 직접 방문하면 열람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은 출생신고서를 30년간 보관한다. 최근 들어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30세 이전 출생신고서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을 찾는 20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변영진(30) 씨도 지난달 19일 난생처음 서울북부지법을 찾았다. 변 씨의 연인 김소영(25) 씨는 "SNS에서 '만 30세가 되면 출생신고서가 폐기되니 그 전에 보라'는 글을 종종 봤다"며 "남자친구가 마침 서른이 돼 알려줬다"고 했다.
변 씨는 30년 전 아버지가 적은 자신의 이름을 한참 들여다봤다고 했다. 그는 "출생신고서를 작성하던 아버지의 나이가 지금 제 나이보다도 어린데, 얼마나 큰 책임과 부담을 느꼈을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생 당시 몸무게도 확인했다며 웃어 보였다. 3.8㎏로 태어났다는 기록을 확인했다고 하니 가족들도 "맞아, 그때 네가 그랬지"라며 추억에 잠겼다고 한다.

변 씨는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대부분의 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는 시대지만, 낯선 법원을 직접 찾는 번거로움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며 "부모님이 나를 낳고 기쁜 마음으로 한 글자씩 적었을 모습을 떠올리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최모(28) 씨도 지난달 27일 서울동부지법을 찾았다. 최 씨는 "태어난 시간을 정확히 모르고, 부모님 글씨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해 궁금했다"며 "만 30세까지만 열람할 수 있다는 얘길 듣고 나이가 더 차기 전에 왔다"고 했다.
X(옛 트위터)와 블로그, 유튜브 등 SNS에도 출생신고서 관련 글 수백건이 올라와 있다. "아버지가 올해 돌아가셨는데 열람 기한이 끝나기 전에 필체를 보러 가겠다", "나를 낳을 당시 부모님의 나이를 보고 눈물이 났다. 지금 내 나이보다 어린 사람들이 아이를 낳아 신고했다", "우리 어머니는 만 25세에 나를 낳았다. 아기가 아기를 낳은 셈이다", "인생 첫 공문서", "아빠의 글씨로 쓰인 우리 가족의 역사" 등 내용이 이어졌다.
서울북부지법 관계자는 "출생신고서는 30년간 보관한다"며 "보관 기간이 끝나기 전인 매년 12월 신청 건수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서울동부지법 민원실 관계자도 "지난해 말부터 하루 8~10명가량의 젊은 사람들이 출생신고서를 열람하겠다고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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