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푸드 수출액 20조 역대 최대치
수출국 중 미국 1위…관세 위협도 '여전'
기업들 "대응할 방법 없어"…정부 역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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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인 20조원을 기록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되는 관세 위협으로 식품업계는 축포보다는 대응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지난 11일 찾은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외국인들이 라면 코너에서 장을 보는 모습. /손원태 기자 |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지난해 K-푸드 수출액 20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식품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되는 관세 위협에 대응책 마련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 조치에 위법 판결을 내렸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다른 법률을 동원해 모든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역 불확실성이 오히려 증폭됐기 때문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기업들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K-푸드가 라면, 제과, 김치, 소주 등을 앞세워 수출 호황기를 맞았음에도 업계는 갈수록 예측하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행보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K-푸드+ 수출액은 136억2000만 달러(한화 약 20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중 미국에서만 23억 달러(약 17%)를 벌어들이며 K-푸드+ 최대 수출국 1위에 올랐다. K-푸드+는 농식품(신선·가공)과 농산업(동물용의약품·농기계·농약·비료 등) 수출액을 합산한 수치다. 특히 농식품은 2015년 이후 10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억 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라면(15억2000만 달러)과 소스류(4억1000만 달러), 김치(1억6000만 달러), 아이스크림(1억1000만 달러) 등 11개 품목이 수출 최대치를 찍으면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은 이러한 성과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근거 상호관세 조치에 위법 판결을 내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다른 법률을 내세워 기존 관세를 유지하면서 무역 질서의 불확실성이 더욱 악화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전 세계 관세를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향후 몇 달 안에 법적으로 허용되는 새로운 관세를 결정하겠다"며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과정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 판결 직후인 20일 세계 각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불과 하루 만에 이를 번복하고 세율을 5%포인트 추가로 인상했다.
이번 조치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대응을 위해 최장 150일간 최대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 '미국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다. 이 법은 미국 동부 시간 24일 0시(한국 시간 24일 오후 2시)부터 발효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 등을 동원해 기존 상호관세 조치를 대체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 위협 시,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 시 보복 관세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지 사법부와 행정부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무역 리스크가 전례 없이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호무역주의가 '뉴노멀'이 된 상황에서 민관합동 대응이 시급하다"며 "연방대법원 판결로 글로벌 기업들의 관세 환급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우리 정부도 K푸드 기업들이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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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K-푸드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인 20조원을 기록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듭되는 관세 위협으로 식품업계는 축포보다는 대응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대상 종가 |
◆ K푸드 미국 비중 커지는데…기업들 "관세 위협, 방법이 없다" 혼란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가 커지면서 미국을 주력 시장으로 삼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당장은 관세율이 15%로 유지돼 급격한 변화는 없겠지만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 자체가 경영에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라면 업계의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특히 해외 생산 기지 없이 전량을 국내에서 수출하는 구조라 타격이 우려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삼양식품의 미국 수출액은 4305억원으로 전체 수출의 30%대를 차지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현재 관세 수치가 유지되고 있어 판매량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겠으나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불확실성 자체가 큰 리스크"라고 밝혔다.
K-푸드의 대명사인 김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김치 수출액은 1억64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이 중 9000만 달러가 '대상 종가'에서 발생했다. 미국은 일본에 이어 우리 김치가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시장(점유율 20%대)이다.
대상 관계자는 "로스앤젤레스(LA) 현지 공장을 가동 중임에도 상호관세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내실을 다지는 한편 수출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빙그레 역시 미국 현지에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메로나'를 생산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 수출 비중이 더 높다. 빙그레 측은 관세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리온은 미국 시장에서 '꼬북칩'을 앞세우고 있으나 전체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미국 내 소주 수출을 확대 중인 하이트진로는 가격 조정 대신 영업망 강화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가격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현지 법인의 판매 커버리지를 넓히고 회전율 중심의 영업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K-푸드 열풍이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장 확실한 대응책은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추는 것이지만 중소·중견기업에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정부가 미국 현지의 OEM·ODM(제조업체 개발 생산) 업체를 발굴해 우리 기업과 연결해 주는 등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tellme@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