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법 122조로 '15%' 조치…한국 정부, 기존 입장 유지 기조
전문가 "품목관세 예의주시·슈퍼 301조 타국 상황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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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AP·뉴시스 |
[더팩트ㅣ최의종·황지향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상호관세에 제동을 걸자 미국 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15% 관세를 부과했다. 무역법 122조는 임시 성격으로, 품목관세 등으로 추가 대응할 것으로 보여 한국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IEEPA 위법·무효 판결과 미국 행정부 추가 관세 조치 발표에 대응해 경제단체와 주요 업종별 협회, 유관기관·관계부처 등이 참석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김 장관은 "국익 극대화라는 원칙 아래 한미 관세 합의를 통해 확보한 이익 균형과 대미 수출 여건이 훼손되지 않도록 긴밀히 소통하며 우호적 협의를 지속하겠다"라며 "무역법 122조·301조 등 대체 수단을 통해 공세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불확실성도 증대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IEEPA를 근거로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는 대통령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IEEPA가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으며, 의회 승인도 없었다는 취지다. 다만 품목관세는 적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각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허용된 최대치이자 법적으로 검증된 15%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말했다. 무역법 122조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150일간 최대 15% 관세를 부과하는 법안이다.
하지만 무역법 122조는 '한시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무역 적자와 국제수지 적자가 개념적으로 다르기에 이를 근거로 1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민주당을 중심으로 무역법 122조 적용도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를 통한 관세 조치와 함께 무역확장법 232조 '품목관세'와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 카드를 꺼내 상호관세 무효에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역확정법 232조는 특정 수입 국가안보 위협이, 무역법 301조는 교역국 불공정 관행이 요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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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비상경제권법(IEEPA) 판결 관련 민관합동 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무역법 301조 조사는 주요 교역 상대국 대부분을 커버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무역확장법 232조와 함께 무역법 301조 부과에는 조사 절차 등에 시간이 걸린다.
현재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의약품 △상업용 항공기·제트엔진 △폴리실리콘·파생제품 △드론·부품 △풍력 터빈 △의료기기·의료용품 △로봇 및 산업기계 등 품목에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품목 확대로 상호관세 무효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22일 "한국도 무역법 301조에 잠재적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파생상품에 관세 조치를 확대·강화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라며 "향후 주요국 반응과 미국 국내 정치 여건에 따라 추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타결된 한미 통상 협상에 큰 틀이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상호관세뿐 아니라, 자동차 등 품목관세 15% 인하 등을 위해 만들어진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속 조치를 언급하는 등 으름장을 놓는 상황에서 합의를 뒤집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정부가 쿠팡을 상대로 '차별적 대우'를 했다며 쿠팡 미국 투자회사가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조사를 요청한 점도 한국 정부가 조심스러운 배경으로 평가받는다.
기존 품목관세에 영향을 받는 완성차 업계와 철강업계는 대법원 판결 이후 불확실성에 마음을 조리는 모습이다. 품목관세는 대법원 판결과 무관할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판결 전 이미 한국을 특정해 관세 인상을 언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25% 인상이 현실화하면 부담이 상당하다. 관세가 붙으면 미국 시장에서는 영업이익률 하락은 불가피하다"라며 "관세가 장기화되면 이익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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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과 선적을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현대글로비스 |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관세가 50%로 이어지고 있는데 무역확장법 232조로 적용되고 있다. 대기업은 수출 시장이 어느 정도 다변화돼 미국 수출분이 감소해도 어느 정도 커버될 수 있으나 중소업체나 유통업체는 다루는 품목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은 의회 절차인 대미투자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한 일정에 맞춰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 관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신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반도체에 예상을 깨고 관세를 매긴다면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품목관세를 매기려면 품목별로 조사를 벌여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어려울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슈퍼 301조를 통해 중국과 유럽연합(EU),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여 대응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가 해당 국가와 싸우는 점을 지켜보면서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기존 투자는 이어가며 우호적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봤다.
관세 환급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괜히 역린을 건드려 정부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타이어와 대한전선 등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을 상대로 IEEPA 관세 위법 판단과 관세 전액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소송을 심리하는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대법원 판단 전까지 신규 관세 환급 소송 절차를 일괄 보류하기로 한 바 있다. 대법원 판단은 환급 여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하급심에 돌려보냈다. 한국타이어와 대한전선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현지에서 공유받은 것이 없다.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한국 기업이 환급 절차에 매달리면 미국 정부와의 협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