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쌓여가는 작품의 수만큼 익숙해질 법도 한데 또 한 번 기분 좋게 예상을 비껴가는 새로운 얼굴을 꺼낸 배우 김민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공개된 후 그와 가까이서 만나는 자리는 언제나 작은 발견의 순간으로 남으면서 자연스럽게 다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로 오랜만에 극장가에 출격한 김민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더팩트> 사옥에서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좋은 작품으로 또 만나자"라고 약속했던 '더 킬러스'(2024)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같은 장소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본격적인 질문을 받기 전에 "잘 지내셨어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면서 흐른 시간만큼이나 성숙해진 눈빛과 여유로워진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이어 김민은 독보적인 흥행 질주 속에서 관객들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의 '왕과 사는 남자' 팀의 훈훈한 분위기와 재밌는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전달하면서 "스코어도, 분위기도 좋아서 행복하게 무대 인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4일 스크린에 걸린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리며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 등의 열연과 함께 유쾌한 웃음과 가슴 뜨거운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스토리로 전 세대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에 힘입어 개봉 15일 만에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가뿐하게 넘고 설 연휴 극장가의 흥행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김민은 '리바운드'(2023)를 함께했던 제작사 대표의 전화 한 통으로부터 시작된 '왕과 사는 남자'와의 인연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회의하다가 엄태산 역할에 저를 제안하셨다더라. 그러면서 줄 대본이 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했고 대본을 받았는데 이야기도 잘 읽혀서 하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김민은 엄흥도의 아들 엄태산 역을 맡아 '리바운드'와 '더 킬러스'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장항준 감독과 세 번을 연달아 호흡을 맞췄다. '감독의 무한한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을 들은 그는 "제가 한쪽으로 치우친 이미지가 아니라서 새로운 얼굴을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고, 유해진 선배님과 비슷한 부분도 있어서 아들 역할에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바라봤다.
극 중 엄태산은 두메산골에서 제대로 된 스승이나 서책도 없이 자랐지만 5살에 천자문을 떼고 8살에 소학을 뗄 정도로 어릴 때부터 남다른 총명함을 보인 인물이다. 엄흥도의 자랑이자 자부심인 그는 지독한 가난 탓에 일찌감치 과거 시험을 포기했지만, 이후 이홍위와 마주하면서 공부의 꿈을 다시 키우기 시작한다.
이를 만나 첫 사극에 도전한 김민은 모든 게 생소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가난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인물의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하얀 피부를 톤 다운하고 흉터 분장을 더하면서 그 시대의 정서를 담아내고자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또한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한 달 전부터 시간이 될 때마다 장 감독과 만나 리딩을 하며 주변 인물들과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톤을 찾고 디테일한 부분을 잡아 나갔단다.

"태산이는 자기 일과 꿈에 열의를 갖고 있어서 가볍기보다는 진중한 느낌을 내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시니컬하게 갔는데 마을 사람들과 있을 때나 아버지랑 홍위랑 대화를 나눌 때는 또 다른 분위기가 나올 수 있게끔 현장에서 바뀐 부분도 있었고요. 산을 많이 타는 캐릭터라서 날렵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활을 쓰는 법도 따로 배웠어요. 저는 정확한 자세보다는 속도가 중요했거든요. 빠르게 활을 꺼내서 목표물을 맞히는 사냥 위주이기 때문에 장난감 활 세트를 사서 손에 익을 수 있도록 계속 만졌어요."
그렇다면 장 감독과 함께한 세 번째 현장은 어땠을까. 개인적으로도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들은 만큼, 눈만 봐도 서로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에 김민은 "저도 감독님도 사극이 처음이라서 '둘 다 많이 배우게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작품 제작이 많이 안 될 때라서 감독님이 더 책임감을 느끼시고 잘 해내야 된다는 부담감도 있으셨던 것 같다"며 "이번에 감독님의 전투력이 좀 달랐다. 굉장히 열정 가득하고 더 심혈을 기울이시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더니 다음 질문을 하기 위해 숨을 고르던 기자에게 영화를 어떻게 봤냐고 물어본 김민이다. 지난번에도 기자와 배우가 아닌 관객 대 관객으로 솔직한 감상평을 주고받았었기에 이날도 편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언급했고, 자연스럽게 분량은 많지 않지만 주인공들의 변화를 이끄는 결정적 단초로 활약한 엄태산의 활약과 관련된 이야기도 나왔다.
엄태산은 하고 싶은 말을 꼭 뱉고야 마는 또래답지 않은 의연함과 그 나이대의 천진난만함을 모두 갖고 있는 캐릭터다. 그는 마을 사람들이 해준 밥을 먹지 않는 이홍위에게 큰 소리를 내며 대적하는가 하면, 관아에 끌려가 곤장을 맞으면서 한명회와 이홍위가 서로 언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면서 관객들의 뇌리에 깊이 박히고 있다. 이에 김민도 이홍위와 엄흥도의 감정선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걸 잘 소화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썼다며 연기 중점을 둔 부분을 자세하게 들려줬다.
"이홍위와 처음 대적하는 신에서는 홍위의 마음을 흔들 정도로만 과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했고 한명회와 이홍위, 엄흥도가 셋이서 처음으로 다 같이 만나는 장면에서는 서러움 미안함 그리움 아픔 등이 같이 느껴지면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것 같아요. 왕에게 어떤 예절을 지켜야되는지 모르는 친구라서 마을에서 만난 친구에게 하는 느낌으로 대들려고 했어요. 거침없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겁을 먹은 느낌을 내려고 했고, 너무 공격적으로 하면 감독님이 수위를 낮춰주셨어요."

이러한 '왕과 사는 남자'는 김민에게 배움의 현장 그 자체였다. 특히 아버지로 만난 유해진의 연기를 스크린이 아닌 직접 보는 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반짝 빛낸 그는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보는데 어떤 치열함과 영화계의 책임감이 엄청 강하셨다. 그걸 보면서 '나는 어디 가서 열심히 한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저 정도는 해야 열정을 쏟는다고 할 수 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 유해진 선배님이 열변을 토하는 장면을 보면서 에너지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의 현장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나는데 배우들부터 감독님과 스태프들까지 다 조심했었거든요. 그 신 자체가 어떤 긴장감을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선배님의 연기를 보자마자 이걸 제가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래 배우인 박지훈과의 만남도 소중했다. 김민은 "많은 신을 맞춰보지는 못했지만 같이 있을 때마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둘이 편하게 얘기하면서 금방 가까워졌다. 지훈이가 연기하는 모니터를 보면서 좋은 배우라는 걸 많이 느꼈다. 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친구인지 알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민은 현재 ENA 새 월화드라마 '연애박사'에서 로봇 연구실의 분위기를 책임지는 막내 최한결 역을 맡아 촬영 중이다. 첫 사극 현장에서 선배들의 연기를 가까이서 보고 많은 것을 배운 그는 이러한 경험을 발판 삼아 또 한 번의 변주를 예고했다.
그는 "굉장히 현실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소개하며 "역할을 더 파고들면서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존재하고 신을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전에도 했던 거지만 '왕과 사는 남자'를 찍고 선배님들을 만나고 나서 더 깊어졌다"고 자신했다.
"작년에 찍었던 작품들이 연달아 나오는 한 해가 될 것 같아요. 씨앗을 열심히 뿌리고 또 좋은 작품을 찍으면서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편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끊이질 않고 기회가 주어지고 있으니까 감사한 마음이 크죠. 불안함도 있는데 '왕과 사는 남자'가 잘 돼서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대중에게도 저를 잘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게 작품이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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