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총파업은 피했지만…저임금 노동에 학교 비정규직 '울상'
  • 이윤경 기자
  • 입력: 2026.02.16 00:00 / 수정: 2026.02.16 00:00
방학 중 근무 제외…겸업 금지에 생계 위협
고강도 노동에 인력 부족…업무 환경 열악
학비노조 경기지부가 급식실 노동자(조리사·조리실무사·배식원 등) 3314명을 조사한 결과 2910명(87.8%)은 겸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겸업허가서를 제출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239명에 그쳤다. 이중 거절 당한 이들은 98명이었다. 겸업허가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로는 거절 당할까봐, 몸이 아파서 치료받아야 한다, 잘 몰라서 등의 답변이 잇따랐다. /뉴시스
학비노조 경기지부가 급식실 노동자(조리사·조리실무사·배식원 등) 3314명을 조사한 결과 2910명(87.8%)은 '겸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겸업허가서를 제출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239명에 그쳤다. 이중 거절 당한 이들은 98명이었다. 겸업허가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로는 '거절 당할까봐', '몸이 아파서 치료받아야 한다', '잘 몰라서' 등의 답변이 잇따랐다. /뉴시스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026년 임금협상이 해를 넘긴 끝에 잠정 합의되면서 새학기 총파업은 피하게 됐다. 명절휴가비는 정률제 지급으로 바뀌었고 기본급도 인상됐다. 하지만 방학 중 일을 하지 못해 생계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은 여전하다. 고강도 노동으로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현장의 업무 환경 개선도 급선무로 지적된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교육부 및 17개 시도교육청 간 임금교섭은 지난 8일 새벽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명절 휴가비 100% 정률 지급제와 기본급 7만8500원 인상, 근속수당 급간액 월 1000원 인상 등이 주요 합의 내용이다.

이에 따라 사서, 영양사, 전문상담사 등 교육공무직으로 구성된 교육공무직 1유형의 2026년 기본급은 234만4500원으로 책정됐고 조리사, 미화원 등 2유형은 214만4500원으로 올랐다. 설과 추석에 각각 92만5000원씩 연간 185만원의 명절 휴가비를 지급했던 것도 214만4500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생계 단절은 여전한 과제다. 교육공무직은 규정상 겸업이 금지된다. 학교장 승인 하에 겸업할 수 있지만 승인까지 절차가 까다롭다. 승인이 거절되는 경우도 잦다. 이에 방학 중 일을 하지 못해 생계에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이 다수다.

고강도 노동에 따른 인력 부족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3월 기준 17개 시도교육청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사 정원 4만3877명 중 1748명(4%)은 결원 상태였다. 신규채용이 미달되는 이유로 응답자의 59.9%는 고강도 노동을 꼽았다. 낮은 임금(19.9%), 방학 중 무임금(16.7%) 등이 뒤를 이었다. /뉴시스
고강도 노동에 따른 인력 부족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3월 기준 17개 시도교육청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사 정원 4만3877명 중 1748명(4%)은 결원 상태였다. 신규채용이 미달되는 이유로 응답자의 59.9%는 '고강도 노동'을 꼽았다. '낮은 임금(19.9%)', '방학 중 무임금(16.7%)' 등이 뒤를 이었다. /뉴시스

학비노조 경기지부가 급식실 노동자(조리사·조리실무사·배식원 등) 3314명을 조사한 결과 2910명(87.8%)은 '겸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겸업허가서를 제출한 경험이 있는 노동자들은 239명에 그쳤다. 이중 거절 당한 이들은 98명이었다. 겸업허가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로는 '거절 당할까봐', '몸이 아파서 치료받아야 해서', '잘 몰라서' 등의 답변이 잇따랐다.

노동자들은 결국 방학 기간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다. 10년 넘게 교내 미화원 업무를 맡아 온 60대 여성 A 씨는 "허락을 맡아야 하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나이가 있어서 일자리도 없다"면서 "방학 중 일주일에 사흘 근무하고 약 100만원을 받는데, 병원비까지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라 생활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일부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일하거나 식당에서 단기간 일할 수 있는 설거지 등을 한다고 한다. 조리실무사로 8년간 일한 50대 여성 B 씨는 "다른 일을 하려면 겸업 허가서를 내라고 하지만 방학 중 월급이 없는데 어떻게 겸업일 수 있겠냐"면서 "주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 명의로 일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강도 노동에 따른 인력 부족도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 3월 기준 17개 시도교육청 학교급식실 조리실무사 정원 4만3877명 중 1748명(4%)은 결원 상태였다. 신규채용이 미달되는 이유로 응답자의 59.9%는 '고강도 노동'을 꼽았다. '낮은 임금(19.9%)', '방학 중 무임금(16.7%)' 등이 뒤를 이었다.

노동자들은 하루 빨리 노동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팩트 DB
노동자들은 하루 빨리 노동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팩트 DB

인력 부족으로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조리실무사 C 씨는 "오전 8시까지 출근이지만 더 빨리 나온다. 조리를 마친 뒤엔 위생 문제로 빨리 배식해야 되기 때문에 땀에 흠뻑 젖은 상태로 일한다"며 "현장이 힘드니까 신규로 들어오는 사람도 없고 이 나이에 어디 가서 뽑아주는 곳도 없다. 퇴직까지 참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미화원 D 씨는 "오전 8시에 출근해 6시간을 근무한다. 주로 일하는 곳은 화장실인데 남녀 변기만 합쳐도 100개가 넘는다"며 "시간에 맞춰서 해야 하니까 변기 하나 청소하는 데 10분 걸리는 것도 1분만에 하는 상황에 노동 강도는 높아지고 안 아픈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하루 빨리 노동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 씨는 "매년 투쟁하고 싸워야 그나마 최저임금 오른 것과 비슷하게 올라간다"며 "매년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제대로 임금 체계를 마련해주면 조금이라도 빠른 시일 내 임금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를 깨끗하게 하고 아이들의 감사 인사에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한다"며 "학생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방학 중 근무를 상시로 하게 해주고 노동 강도에 맞춰 근무할 수 있는 최소 시간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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