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서울시가 이동약자 편의를 위해 서대문구 영천동 인근 고지대에 모노레일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간 31도가량의 급경사 계단 186개에 안산자락길 이용 불편을 겪던 주민들은 환영했다.
12일 시에 따르면 '고지대 이동약자 편의시설' 2단계 대상지 10곳 중 한 곳으로 서대문구 영천동 고지대가 선정됐다. 대상지 선정은 후보지 55곳 가운데 경사도가 30% 이상인 급경사 계단을 중심으로 이용 수요와 생활 동선 개선 효과가 큰 지역을 검토해 이뤄졌다.
선정된 대상지는 서대문구 영천동 소재 아파트 인근에서 시작되는 오르막길부터 안산자락길로 이어지는 127m·31도 가량의 급경사 계단까지다. 계단 고지대와 저지대의 높이 차는 37.7m로 건물 약 11층 높이에 달한다.
시는 사업비 약 56억원을 들여 이곳에 15인승 모노레일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로써 3호선 독립문역에서 고지대 주거지와 녹지 공간을 연결, 시민들의 일상 이동과 여가·관광 동선을 개선한단 계획이다. 오는 2027년 상반기 착공 예정, 2028년 준공 예정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취재진이 찾은 서대문구 영천동 고지대는 인근 아파트 옆 오르막길부터 시작됐다. 오르막길과 평지가 섞인 길을 성인 여성 걸음 기준 1~2분 정도 걸으니 31도 경사의 계단 186개가 나왔다. 계단 높이는 15㎝와 20㎝, 심지어는 25㎝까지 있어 균일하지 않았고 시멘트 계단으로 표면이 울퉁불퉁했다. 이끼와 쌓인 낙엽 등으로 미끄러웠다.
계단을 모두 오른 뒤 오른쪽 방향으로는 안산자락길이 이어졌다. 안산자락길로 이어지는 공간에는 나무 벤치 5개와 윗몸 일으키기 등 운동기구 6개, 세족장, 황톳길 등 쉼터가 자리했다. 중년 여성 1명과 남성 1명은 비닐하우스 안에 마련된 800m 가량의 황톳길을 걸었다.

주민들은 안산자락길 이용까지의 이동 불편을 호소하면서 모노레일 설치를 반겼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한 지 7년 차라는 50대 김모 씨는 "건강한 사람도 이곳 계단을 오르내리기는 힘들다"며 "계단 높이도 다 다르고 비가 오거나 가을에 낙엽이 많이 쌓이면 미끄럽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70대 주모 씨는 "계단을 올라가면 황톳길도 있고 산책로도 있고 잘 조성돼 있지만 이용을 못 해 아쉬웠다. 나이 들어서 넘어지면 위험하니까 올라갈 엄두가 안 났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간 불편 해소해달라는 주민 목소리가 많았는데 이제 모노레일이 설치된다고 하니 황톳길 이용을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서너 번 안산자락길을 산책하러 마포구에서 이곳까지 온다는 인모(76) 씨는 "계단 있는 길은 잘 안 다니고 다른 길로 돌아간다"며 "모노레일이 생기면 굳이 돌아갈 필요도 없고 위험하지도 않아 앞으로 더 자주 올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오세훈 서울시장도 서대문구 영천동 고지대를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주민들과 소통했다. 오 시장의 등장에 60~70명가량의 주민은 오 시장 이름을 연신 부르며 손뼉을 쳤다.

오 시장은 "서울시의 비전인 동행에서도 이동약자와의 동행을 위해 편의시설 설치 사업을 추진했다"며 "어르신 분들 수가 점점 늘어나는데 이들이 가파른 산자락 길을 올라가는 것은 어렵다.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하체 운동도 하고 건강 관리도 할 수 있게 해드리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단 구간이 127m 정도 되는데 87m 정도의 직선 구간으로 모노레일을 설치하게 된다"며 "이른 시일 내 설계를 마치고 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이 말을 마치자 백발의 한 여성은 그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며 "나이 들고 힘들어서 요새 (계단을) 못 다녔다. 너무나 감사하다. 눈물이 다 난다"고 말했다.
다만 주민 김 씨는 "모노레일보다는 에스컬레이터가 활용도가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이곳은 주민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운동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모노레일에 많은 인원이 타지는 못할 것 같은데 기다려야 할 시간이 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