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수요 증가 맞춰 카드 혜택 이동
일본행 수요 급증…국내 이동 소비는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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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해외로 떠난 발걸음이 늘어났지만, 운수업종의 카드승인액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더팩트DB |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지난해 해외로 떠난 발걸음이 늘어나면서 여행업계가 호황을 기록한 반면, 운수업종의 카드 매출은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수업종에는 육상·수상·항공 등이 포함되는데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은 증가했지만 국내 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수요가 양극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운수업종의 카드 승인 실적은 19조53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기준으로 2.9%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소비 밀접 업종 8종 가운데 승인 실적이 감소한 업종은 3종인데, 그중 운수업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 국내여행 대신 해외로…선호도 뚜렷
운수업종의 카드 매출 감소는 카드사들이 해외여행 관련 마케팅을 강화한 흐름과 대조적이라는 설명이다. 항공업은 운수업을 대표하는 가맹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이동 수요 증가와 달리 국내 여행 수요가 위축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소비 촉진을 위해 민생회복소비쿠폰 등이 발급됐지만, 주민등록상 주소지 기준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만큼 관광 수요 확대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해외관광객 수는 2955만17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2868만6435명) 대비 86만3742명 증가한 수치다. 해외여행 지출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성수기인 7~9월 기준 1인당 평균 관광 지출은 2024년 975.6달러에서 지난해 1045.7달러로 늘었다. 출국자 수와 1인당 지출이 함께 증가하며 해외여행 관련 소비 규모 확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여행 목적지 가운데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본행 항공편을 이용한 탑승객 수는 445만7767명으로, 전년(375만8679명) 대비 69만9088명 증가했다. 단거리 노선과 접근성을 바탕으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도 일본 여행 수요에 발맞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일본 편의점·외식 업종 할인 혜택을 담은 일본 특화 상품을 내놨고, 우리카드는 일본 현지 가맹점 결제 시 캐시백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수요를 공략 중이다. KB국민카드 역시 일본을 포함한 해외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환율 우대와 결제 혜택을 결합한 프로모션을 운영하며 일본행 여행객 잡기에 나섰다.
반면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의 부진은 선명하다. 지난 2024년 17조300억원을 기록한 카드 승인 잔액이 지난해 16조6000억원으로 425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이는 운수업 다음으로 감소 폭이 가파른 수치다. 여가 관련 서비스업에는 △공연·전시시설 △스포츠센터 △박물관 △유원지·테마파크 등이 포함되는 만큼, 국내 여행 및 문화생활 수요가 둔화했음을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카드사들의 전반적인 영업 기조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에 맞춘 마케팅 중심 전략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올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과 북중미 월드컵 등 대형 행사가 예정된 만큼, 여건이 허락할 경우 여행과 관람 수요를 겨냥한 맞춤형 프로모션이 한시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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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업계가 국내 관광 분야에서 정부·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했다. /더팩트 DB |
◆ "해외 쏠림 의도 없어"…소비 흐름 반영한 전략
그러나 카드업계는 해외여행 마케팅만을 의도적으로 강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비가 증가하는 영역에 맞춰 혜택을 강화했을 뿐, 카드사 마케팅이 소비 흐름을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을 앞두고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사와의 협업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해외 이동 수요가 늘면서 항공권·호텔·현지 결제 혜택 등 해외여행 관련 마케팅이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소비가 몰리는 영역에 맞춰 전략이 이동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아울러 업계는 내수 촉진을 위한 별도의 협업도 병행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카드업계는 정부 주도 소비 촉진 행사인 '동행축제'에 참여해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소비 활성화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등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행사 기간 백년가게·전통시장·소상공인 점포에서 카드 결제 시 10% 할인 또는 최대 1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했다.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NH농협카드 등 주요 카드사 9곳이 모두 참여했다.
일부 카드사는 국내관광 분야에서 정부·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했다. 롯데카드는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국내 여행 정보를 자사 앱에 연계했고, NH농협카드도 관광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관광 콘텐츠 홍보와 결제 혜택을 결합한 프로모션을 운영했다.
업계는 국내 관광지에서 소비가 늘기 위해서는 단기 이벤트나 유행에 의존하기보다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 등 자체 경쟁력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장기적인 운영 전략과 지속 가능한 관광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단발성 마케팅에는 점차 부담을 느끼고 있고,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여행 관련 프로모션이나 행사는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