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원 생리대 등 중저가 라인업 확대
국세청 조사서 드러난 유통의 민낯
유통 구조 개혁 없인 '미봉책'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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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의 쓴소리 이후 제조업계와 유통업계가 중저가 제품 출시와 대규모 할인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기형적인 유통 구조와 가격 거품을 해결하지 않는 한 물가 안정 효과는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DB |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다"고 지적한 이후 제조업계와 유통업계가 중저가 제품 출시와 대규모 할인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은 반기고 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한다. 기형적인 유통 구조와 가격 거품을 해결하지 않는 한 물가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 대통령 지적에 업계 즉각 대응…'99원 생리대'도 등장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생리대 주요 제조사들은 최근 잇따라 중저가 생리대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해외 생리대보다 우리나라 제품이 40% 가까이 비싼 게 사실인 것 같은데, 싼 것도 만들어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수 있지 않겠느냐"며 실태 파악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업계 1위 유한킴벌리는 중저가 라인의 판매처를 확대하고 2분기 내 프리미엄 제품 대비 반값 수준인 신제품을 출시해 가성비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LG유니참 역시 3월 중순쯤 기존 대비 절반 가격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며 깨끗한나라 또한 상반기 내 저가 제품군 확대를 예고했다.
유통업계도 할인 행사 및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생리대 '루나미' 가격을 중형 기준 개당 99원으로 인하했다. 이는 시중 브랜드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쿠팡은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을 전액 본사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마트24는 이달 한 달간 생리대 1+1 행사를 진행한다. 1+1 혜택에 더해 토스페이 머니나 계좌로 생리대 상품을 결제 시 20% 추가 할인을 제공해 체감 가격을 더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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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리대는 여성들의 생활 필수재로 가격 탄력성이 낮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 이탈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과점 시장의 특성까지 더해지며 업체 간 가격 경쟁 유인이 사라졌고 이는 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뉴시스 |
◆ '고급화 명분'으로 비용 부풀렸나…국세청, 유통 실태 조사 착수
제조사뿐만 아니라 유통사까지 움직인 것은 정부 방침에 동참하려는 의도와 함께 생리대 고가 문제의 본질이 왜곡된 유통 구조에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생리대 가격을 지적한 일주일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산 원가 문제가 아니라 유통 비용이 너무 비싸다. 보고 자료를 보니 생리대 가격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해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 이면에는 불투명한 거래 관행이 있었다. 국내 생리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한 대형 제조사는 '제품 고급화'를 명분으로 가격을 30% 이상 올렸으나 실상은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총판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비용을 부풀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는 총판 광고비를 대납하거나 업계 평균의 2배인 300억원 규모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가공해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결국 부풀려진 비용 구조가 생리대 고가 문제의 원인이 됐으며 높아진 소비자가격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 것이다. 국세청은 생리대 등 생필품 폭리 탈세자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 고가 생리대 문제, 기형적 유통 구조 개혁이 관건
생리대는 여성들의 생활 필수재로 가격 탄력성이 낮다. 가격이 올라도 수요 이탈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과점 시장의 특성까지 더해지며 업체 간 가격 경쟁 유인이 사라졌고 이는 고물가 상황이 장기간 유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 움직임을 반기면서도 품질 저하를 우려한다. 과거 유해 물질 파동 등을 고려할 때 가격 경쟁이 소재 하락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또한 지금의 가격 경쟁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 정부 압박에 따른 일시적 반응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그동안 업계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만 공급해 온 관행이 가격 상승의 한 원인"이라며 "PB 제품의 적극적인 공급과 중저가 라인업 확대, 그리고 소비자 접점인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마진이 적정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유통 마진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은 우려스럽다"며 "시장의 경쟁 체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통해 판을 바꾸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ccbb@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