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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약가 인하 추진에…산업·노동 한목소리 "R&D 위축·고용불안 야기"
입력: 2026.01.27 11:03 / 수정: 2026.01.27 11:03

산업·학계 "재정 절감 효과 불분명…신약·공급망 위축 우려"
정부 "구조 전환 위한 개편"…현장선 고용 불안·생태계 붕괴 경고


26일 국회에서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26일 국회에서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산업계는 물론 학계와 노동계도 한목소리로 재검토를 요구했다.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 전환을 목표로 한 약가 인하 정책이 오히려 신약 개발 역량 약화와 의약품 공급망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약가제도 개편 이대로 좋은가' 정책 토론회에서는 제약업계 대표와 학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정부의 기등재 의약품 약가 재평가 및 제네릭 약가 인하 방침에 대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의 53% 수준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업계는 실질적으로 20% 이상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제약업계는 약가 인하가 기업의 생존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재춘 대웅제약 부회장은 "제약산업은 장기간의 대규모 R&D 투자가 전제되는 산업"이라며 "영업이익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구조에서 급격한 약가 인하는 신약 개발은 물론 글로벌 진출 자체를 가로막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점에 약가를 인하하면 국내 제약사는 외국계 제약사의 하청 구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중소·중견 제약사를 대표해 발언한 조용준 한국제약협동조합 이사장도 "약가 인하 대상 품목의 70% 이상을 중소·중견 제약사가 보유하고 있다"며 "연간 매출 감소는 3조 원을 넘고,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국내 의약품 공급망과 고용 기반을 동시에 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정책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됐다. 권혜영 목원대 보건의료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수차례 약가 인하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는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해외 약가를 기준으로 국내 가격을 낮추는 방식은 자국 제조 기반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라고 비판했다. 그는 "가격을 낮춘 약이 더 많이 쓰이도록 하는 시장 구조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약가 인하는 실효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단순한 재정 절감이 아닌 구조 전환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불필요한 약제비 지출을 줄여 신약 접근성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산업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필수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조정 폭을 줄이고, 국산 원료 사용 의약품과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약가 우대 확대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지난 22일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공단에서 개최한 현장간담회에서 이장훈 한국노총 화학노련 의약·화장품분과 의장은 "제약산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산업이며, 그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곧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다"며 "약가 제도 개편을 전면 재검토하고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사회적 논의 기구 설치 , 고용 안정 대책 마련, 연구개발과 국산 의약품 경쟁력 강화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덕희 일동제약 노조위원장도 "현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은 준비되지 않은 기업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위기가 되고, 이는 곧 고용 불안을 야기한다"며 "한국노총과 화학연맹 , 제약산업 노동자들은 정부의 일방적 약가 인하 정책을 반대하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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