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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습 관세 인상' 시사에 산업계 '전전긍긍'…정부 역할 주시
입력: 2026.01.27 10:32 / 수정: 2026.01.27 10:32

전문가 "전형적으로 질러놓고 한국 정부 반응 보려는 것"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 대책회의…김정관 장관 방미 예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지난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던 상호관세를 비롯한 자동차 등 품목관세 인하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주최한 정상 특별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듣는 모습. /대통령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지난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던 상호관세를 비롯한 자동차 등 품목관세 인하를 뒤집는 발언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주최한 정상 특별만찬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듣는 모습. /대통령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 정부와 합의했던 상호관세를 비롯한 자동차 등 품목관세 인하를 뒤집었다. 한국 의회가 무역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산업계는 또다시 불거진 불확실성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즉시 정확한 상황 파악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의회가 역사적인 무역협정을 아직 입법으로 이행하지 않았기에 자동차, 목재, 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상호관세에 한국산 제품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관세 협상에 합의한 바 있다. 같은 해 11월 한미 정부는 한국이 3500억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내용이 담긴 공동팩트 시트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한미 정부는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 담긴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된 달 1일 자로 관세 15% 인하 조치를 소급해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미투자특별법(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 발의된 지난해 11월부터 소급 적용됐다.

대미투자특별법은 현재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국회에서 관련 절차가 해결되지 않은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조속한 특별법 처리"라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회 비준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부·여당은 국회 비준을 받는 것이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한미 정부가 협의한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 국회 비준을 통해 한국 스스로 법적 효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우리는 손발을 묶는 꼴과 같다"라고 했다.

반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모든 책임은 국회 비준이 필요한 중대한 통상 합의를 체결해놓고 비준 절차를 외면한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있다"라고 했다. 재정경제부는 이날 임이자 국회 재경위원장과 면담해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었다며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은 관세 인하 등 내용이 담긴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는 것은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뉴시스
정부·여당은 관세 인하 등 내용이 담긴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 대해 국회 비준을 받는 것은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어깃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협상 전 상대를 코너로 몬 뒤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쿠팡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치권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과 연계돼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업계는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기아와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관세가 25%에서 15%로 소급 적용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인 상황이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경쟁국 업체와 같은 상황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현대차는 관세와 인센티브 증가 등 영향으로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관세 부담이 인하 합의에 따라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오는 29일, 기아는 오는 28일 2025년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불확실성 확대로 경영 전략이 흔들리는 것도 우려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에서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관세 부담이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공략에 나설 계획이었다.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에도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기업이 '원팀'으로 대응하는 것이 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준비하는 한화오션과 정부를 지원하고자 특사단에 합류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투자 계획도 역대급으로 세운 상황이었다.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도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형적으로 질러놓고 반응을 보려는 것 같다"라며 "한국 정부 움직임을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 등을 위해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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