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 표류, 민주당은 거리두기…책임 공백만 커져
거래소 지분·스테이블코인 논의 배제에 시장 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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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지수가 4년 만에 장중 1000포인트를 돌파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여권이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통해 '코스닥 3000포인트' 달성을 이루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뒷받침할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핵심 쟁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채 정부안과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이면서, 입법 논의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자산을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호와 달리, 정치권 내부의 엇박자가 제도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오찬 자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례를 들며 코스닥 3000 돌파를 위해 디지털자산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해당 발언이 전해진 이후 코스닥 지수는 급등세를 보였고, 이날 코스닥150선물과 코스닥150 지수는 장중 6% 넘게 상승했다. 정책 발언 하나로 시장이 반응할 만큼 기대감이 컸던 셈이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민주당의 입법 행보는 신중론에 머물러 있다. 핵심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의 발행·유통을 제도화하고, 거래소의 상장·폐지 기준과 공시 체계를 자본시장법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의 틀 안으로 편입시키는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 법안을 둘러싼 쟁점 정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담은 정부안을 준비했지만, 민주당은 해당 사안을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하고, 은행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업계 반발이 커지자, 민주당은 정책적 판단 대신 거리두기를 택한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산업 진흥과 규제 사이에서 명확한 선택을 하지 못한 채 책임을 정부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디지털자산기본법 당 단일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정작 가장 논란이 되는 쟁점은 제외한 채 '무난한 내용' 위주로 법안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 육성과 이용자 보호를 병행하겠다는 명분과 달리, 실질적인 제도 설계는 미루는 행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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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자산으로 '코스닥 3000'을 띄우겠다던 여권의 구상과 달리, 민주당의 소극적 태도로 관련 입법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지적이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
입법이 지연되면서 후속 논의 역시 멈춰 서 있다.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과 상장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이 선행돼야 가능한 사안이다. 당초 법인 거래는 일부 법인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허용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관련 논의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책 목표는 제시됐지만, 이를 현실로 옮길 제도적 장치 마련에는 정치적 결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 불확실성이 길어지자 시장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정책 발언 자체가 투자 심리를 자극하며 관련주가 급등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스테이블코인·가상자산 관련 종목들은 단기 급등 이후 변동성이 커졌고, 차익 실현 매물이 반복적으로 출회되고 있다. 정책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테마성 매매만 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는 디지털자산이 코스닥 시장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여전히 공감한다. 다만 제도화의 윤곽과 일정이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목표치만 앞세우는 방식은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3000이라는 숫자를 말하기 전에, 디지털자산을 어떤 규칙으로 키울지부터 보여줘야 한다"며 "민주당이 정부안과의 이견을 이유로 논의를 회피하는 사이, 시장은 그만큼 불확실성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입법 공백이 길어지는 사이 선진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24년 1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고, 지난해 6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도 통과시켰다. 일부 금융기관은 지급·결제·정산 등 실무 영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가상자산 규제를 표준화한 미카(MiCA)를 도입하며 제도적 틀을 구축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민주당이 3월 입안을 목표로 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방선거 전까지도 어려울 수 있다"며 "입법 지연 사이 국내 규제가 공백을 보이면서 해외 거래 환경으로 이동하는 비율만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