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언 치부 코스피5000 현실화까지 46년
코스피 4000에서 5000까지 단 '3개월'
美 AI 버블·고환율 관문 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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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달성하며 1983년 출범 이후 43년 만에 미증유의 영역에 들어서면서 오천피 이후 체질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호영 기자 |
코스피 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며 새 이정표를 세웠다.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국내 증시가 전인미답의 영역에 진입해 쾌거를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상승세가 AI 등 일부 대형주에 집중된 점과 내수 부진 등 경제 기초체력이 회복되지 못한 상황은 불안 요소다. <더팩트>는 코스피5000 시대가 갖는 의미와 함께 오천피가 '사상누각'이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혁신과 성장 등을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달성하며 새 시대를 열었다. 1980년 100포인트에서 시작한 이후 46년 만에 미증유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이후 주주환원 정책 강화를 내세우며 정책 기대감을 불어넣었고 때마침 분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대장주의 상승세로 이어진 결과다. 다만 아찔할 정도로 빠른 지수 상승 속도에 '오천피' 이후 추가 랠리 여부를 두고 남은 변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AI 랠리·증시 수급 빠른 개선에 4000→5000 돌파 '3개월'
한때 허언으로 치부됐던 코스피 5000이 현실화하기까지는 46년이 걸렸다. 코스피 출범 이후 100대에서 1000을 돌파하는 데까지 6년, 이후 2000까지는 18년이 걸렸다. 3000까지 13년, 4000까지는 5년이 소요됐지만 이후 5000까지는 단 3개월만 필요했다.
코스피는 1980년 1월 4일 100포인트를 기준으로 시작했다. 한국거래소가 지수를 시가총액 방식으로 산출하기 시작한 건 1983년 1월 4일이다. 이날을 코스피 지수 출범일로 본다. 코스피는 1989년 3저(저금리·저유가·저환율) 호황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1000선을 넘어섰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에 추락했다 90년대 말 닷컴(인터넷) 열풍에 다시 1000선을 회복하는 등 등락을 거듭했다. 2001년 9·11 테러로 400대까지 내려앉았던 코스피는 2000년대 중반 '바이코리아' 등 적립식 펀드 붐을 타고 되살아났다.
2007년 7월 2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2008년 금융위기에 892까지 밀리기도 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랠리와 2017~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코스피를 일으켜 세웠다. 이후 2000~2200선 '박스피' 신세를 면치 못했다.
코스피 3000 시대를 연 동력은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이 시기 '동학개미운동'(개인의 국내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고 2021년 1월 3000, 같은 해 6월 3300을 돌파하며 우상향을 이어갔다.
2024년 12·3 계엄 사태와 미국 관세 충격에 지난해 코스피는 다시 2000대로 주저앉았다. 이후 상승 기류를 타다 지난해 10월 27일 처음 4000 고지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AI 수요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과 함께 증시로 자금이 몰려들면서 3개월 만에 5000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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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달성하며 1983년 출범 이후 43년 만에 미증유의 영역에 들어서면서 오천피 이후 체질 개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
◆ 이재명 공약 '코스피 5000', 정부 출범 7개월만 실현
'코스피 5000'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대표적 공약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4000만원어치를 매수했다고 밝힐 만큼 증시 부양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취임 이후 증시 체질 개선을 위한 각종 정책을 내놨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한반도 평화 리스크 △지배구조·경영 리스크 △시장 질서 리스크(주가조작) △정치 리스크 등 이른바 '4대 리스크'를 들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훼손 관행 등을 개선하기 위해 상법 개정을 추진했다. 지난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 개정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주주에 충실한 이사를 소액주주들이 뽑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는 기업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뼈대로 하는 3차 상법 개정 처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공동으로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을 출범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증시 부양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점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해 6월 4일 코스피는 2.66% 상승한 2770.84로 마감하며 랠리 서막을 예고했다. 같은 달 20일 코스피는 장중 3000선을 터치했고 이후 지난해 10월 27일 4042.83으로 장을 마감하며 '4000시대' 개막을 알렸다. 4000선 돌파 3개월 만이자 정부 출범 약 7개월 만인 지난 22일, 꿈의 숫자 5000포인트에 도달했다.
◆ 레벨업 평가 속 美 AI 버블·고환율 '변수'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을 돌파하면서 시장의 시선은 랠리 이후에 쏠리고 있다. 외신과 증권가에서는 이번 '오천피 시대' 개막을 계기로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변곡점을 맞았다고 평가한다. 다만 지수 레벨이 높아진 만큼 미국 AI 버블과 고환율 등 남은 변수에 대한 우려도 감지된다.
블룸버그는 22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코스피가 지난 12개월간 90% 이상 급등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지수가 됐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한국 증시가 '글로벌 AI 붐의 핵심 수혜주'로 급부상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변곡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JP모건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의 주도적 개혁이 기업 가치 재평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조처가 코스피 5000 달성에 힘이 됐다"고 분석했다.
넘어야 할 고개도 산적하다. 가장 직접적인 리스크는 이번 랠리를 이끈 AI 버블이다. 미국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만든 AI 인프라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픈AI 등 미국 글로벌 빅테크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서 만든 AI 인프라가 실제 이익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투입한 자금 대비해서 얼마를 벌어들일지에 대한 의구심이나 고민들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1460원대 중후반에 머무르는 고환율도 골칫거리다. 김 센터장은 "외화로 부채를 들고 있는 기업들이 있을 수 있어서 환율의 균형이 깨지고 (고환율)의 레벨이 바뀌면 예측하기 힘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상 최고치 경신 이면에 가려진 구조적 결함 개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부 주요 공약이었던 '오천피'를 빠르게 달성했다"며 "지수 레벨 안착을 위해서는 질적인 이익 구조 개선, 정책 모멘텀, 대내외 유동성 환경 모두 중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zz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