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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투자한 그 회사 주식 사들인 LG家 구연경…1심 판단은
입력: 2026.01.26 00:00 / 수정: 2026.01.26 00:00

기소부터 구형까지 1년…다음 달 10일 자본시장법 위반 선고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오른쪽)와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지난해 4월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오른쪽)와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지난해 4월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 2024년 3월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LG가(家)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구 대표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로부터 호재성 미공개 중요 정보를 듣고, 개인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내용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특정 증권 매매·거래를 금한다. 미공개 중요 정보를 활용한 재벌가의 주식 부정 거래 행위다.

검찰은 지난해 초 구 대표와 윤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현재 부부가 기소된 지 약 1년이 흘렀으며, 1심 선고만 남겨놓은 상태다. 쟁점은 남편이 아내에게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한 사실관계와 시점이다. 검찰은 해당 정보가 공개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구두로 미리 구 대표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는데, 두 사람이 '부부' 관계라는 점에서 제한적인 증거로만 이를 입증해야 한다. 1심 재판부 판단에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구체적인 내용을 밝혀내기 어려운 '부부간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해 단죄 여부가 갈리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 구연경·윤관 부부, 논란의 중심으로

26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자본시장·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구연경·윤관 부부에 대한 1심 선고가 다음 달 10일 내려진다. 검찰 기소로 부부가 법정에 서게 된 지 약 1년 만이다. 구 대표와 윤 대표는 정도 경영 철학과 소탈한 총수로 유명한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장녀와 맏사위로, 그간 LG그룹 경영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부부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시점은 기소일로부터 약 10개월 전이다. 2024년 3월 언론을 통해 '부부의 수상한 주식 거래'가 보도됐고, "범죄가 의심되는 부분이 있으니 수사해달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를 접수한 검찰은 4개월 후 진상규명의 첫발을 뗐다. 먼저 금융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렸다. 검찰은 2024년 10월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이 짙다는 금융위원회 통보를 받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과 경기 평택 소재 LG복지재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속도를 냈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구 대표가 '문제의 주식'을 LG복지재단에 기부하려 시도했다가 이사회 '수증 보류' 결정으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구 대표는 책임 회피 목적으로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는 주식을 자신이 이끌고 있는 공익법인에 떠넘기려 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재계에서는 "찔리는 부분이 있으니 서둘러 흔적을 지우려 하지 않았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 남편 회사가 투자한 메지온 주식 매수

구 대표가 사들인 주식은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메지온이다. 구체적으로 구 대표는 2023년 4월 윤 대표로부터 'BRV가 메지온에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한다'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듣고 주식 3만5990주(6억4992만원 상당)를 매수해 부당 이득(미실현 이익 1억원 이상)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윤 대표는 BRV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알게 된 메지온 관련 미공개 중요 정보를 구 대표에게 먼저 제공해 부당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혐의다. 유상증자 공시(2023년 4월 19일) 직후 메지온 주가는 하루 만에 16.6% 치솟았으며, 한동안 상승세를 이어갔다.

첫 재판은 지난해 4월 열렸다. 이후 검찰과 부부 양측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전달한 시점, 방식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총 5차례 진행된 공판에서 부부는 지속해서 혐의를 부인했고, 검찰은 범죄가 행해진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 대표와 메지온을 연결한 인물은 '제로쿠'다. 제로쿠는 윤 대표 부친과 의형제 관계이며, 구 대표에겐 삼촌으로 불린다. 윤 대표는 2022년 12월 제로쿠의 주선으로 박동현 메지온 대표를 만났고, 직후 비밀보호유지약정서가 오가는 등 투자 검토가 본격화된다. 이후 실무진 합의를 거쳐 2023년 3월 500억원 투자 등 주요 거래 조건이 문서를 통해 공식화된다. BRV의 예비 투자심의위원회는 같은 해 3월 21일 개최됐으며, 메지온은 4월 11일 BRV 측이 전달한 투자 조건을 수락한다. 제로쿠가 소개 수수료 관련 이메일을 전달받은 시점도 이즈음이다. 구 대표는 4월 12일 메지온 주식을 사들인다.

윤 대표 측은 구 대표가 메지온 주식을 매수할 당시 BRV의 메지온 투자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BRV의 투자심의위원회가 열려 해당 투자건이 공식 의결된 것은 2023년 4월 17일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검찰은 그 전에 사실상 투자가 확정돼 충분히 중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한다.

부부가 지난해 3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부부가 지난해 3월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부부'라서 증거 제한적…의심 정황은 여럿

검찰은 미공개 중요 정보 전달 시점을 2023년 4월 1~11일로 보고 있다. 해외에 자주 머무르는 윤 대표는 스페인·이탈리아 가족 여행 후 4월 1일부터 구 대표와 함께 국내에 머물렀고, 주식 취득 하루 전인 4월 11일엔 윤 대표 모친 생일 기념 식사 자리를 갖기도 했다. 검찰이 제시한 정보 전달 방식은 '구두'다. 다만 부부 관계인 두 사람이 구두로 정보를 공유했다는 점에서 녹취 등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검찰은 간접 증거만으로도 명백하다며 협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먼저 메지온 이전에도 부부간 주식 정보 공유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검찰이 제시한 부부의 텔레그램 내용을 살펴보면, 구 대표 모친 김영식 여사의 고교·대학 동창이 구 대표에게 고려아연 주식 관련 질문을 하자, 구 대표는 이 내용을 윤 대표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이후 윤 대표가 고려아연에 대해 간략한 정보를 제공했고, 구 대표는 '알겠다'고 답한다. 윤 대표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경기초 동문이다.

이와 함께 주식 초보로 알려진 구 대표가 사들인 주식과 윤 대표 회사가 투자한 회사가 많이 겹친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2023년 3월 이후 메지온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앤컴퍼니 등의 주식을 취득했다. 이는 윤 대표가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고 있는 BRV캐피탈과 다올이앤씨가 투자한 회사들과 동일하다. 구 대표가 윤 대표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투자 종목을 선택했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구 대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식을 실수로 매수했다가 바로 다음 날 전량 매도했고, 추후 한국앤컴퍼니로 투자 종목을 변경했는데, 구 대표와 함께 일한 한 직원도 같은 방식으로 주식을 사고팔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 대표가 주변인에게 투자 종목·시기를 추천할 때 개인의 판단이 아닌, 다른 이에게 제공받은 확실한 정보를 근거로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구 대표가 증권사 직원을 통해 메지온 주식을 사들일 당시, '예수금 전부를 사용하라'고 언급하거나, 고가 매수도 허용하는 등 이전과 다른 과감한 태도를 보이며 대량으로 주문했다는 점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윤 대표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 구 대표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억여원을 각각 구형했다. 부부는 검찰이 밝힌 의심 정황에 대해 "단순한 우연"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주가 조작·미공개 정보 거래에 대해 엄벌을 강조한 가운데, 직접 증거를 포착하기 어려운 '부부간 미공개 정보 전달'에 대해 어떠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법정서 드러난 구연경의 허점

아울러 구 대표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낸 허점이 향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구 대표는 법정에서 2022년 10월 윤 대표가 아닌, 제로쿠에게 메지온 이야기를 처음으로 들었다며 "개인적으로 관심이 생겨 지속해서 기사, 언론 보도 등을 찾아보며 관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놓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대표가 다른 내용을 진술하던 중 'BRV의 메지온 500억원 투자' 사실을 논란이 불거진 2024년 3월까지 몰랐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자주 정보를 탐색할 정도로 메지온에 대해 큰 관심을 쏟으면서도 정작 남편의 회사가 메지온에 수백억원을 투자한 사실은 1년 가까이 전혀 알지 못했다는 뜻이다.

2023년 당시 메지온의 투자 유치 소식은 공시뿐만 아니라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심지어 구본무 선대회장의 맏사위가 해당 투자를 결정했다는 내용도 기사화된 바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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