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이어 김밥·마카롱·빙수까지
국밥·초밥집마저 '두바이' 마케팅
원재료난 틈타 납품 사기도 기승
제2의 탕후루 될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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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가 한국에서 인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18일 서울 광진구 모 제빵점에서 시민들이 두쫀쿠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남윤호 기자 |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두바이 초콜릿'에서 시작된 디저트 유행이 한국식 변형 메뉴인 '두바이 쫀득 쿠키(이하 두쫀쿠)'로 번지더니 이제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적 '광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쿠키 외에도 김밥·붕어빵·마카롱·빙수 등의 상품에 '두바이' 이름이 붙는다. 심지어 국밥집·철물점 등 관계도 없어 보이는 업종까지 '두바이'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소상공인 커뮤니티에선 '두바이' 디저트류를 판매하고 나서부터 매출이 늘었다는 인증 글이 쏟아진다. 이런 인기에 편승해 가짜 원재료를 파는 사기 범죄까지 등장했다.
◆ 김밥·붕어빵 등에도 '두바이'…생명 나눔 현장까지 '오픈런'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SNS를 강타한 두바이 초콜릿 유행은 최근 쿠키를 넘어 김밥·마카롱·빙수·붕어빵·찹쌀떡 등 형태를 가리지 않는 '무한 변신'을 거듭하며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CU와 GS25 등 주요 편의점들이 앞다퉈 '두쫀쿠' 관련 PB 상품을 내놓고 있으나, 입고 즉시 품절되는 '완판' 행진이 이어지며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매장 위치와 재고량을 확인할 수 있는 '두쫀꾸맵(지도)’ 서비스도 등장했다.
이같은 품절 대란은 카페나 제과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두바이' 이름을 붙인 디저트류는 매장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돼 품귀 현상에 시달린다.
이러한 과열 양상은 전례 없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지난 16일 서울지역 16개 헌혈의집 지역센터에는 이른 아침부터 청년들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대한적십자사가 헌혈자에게 선착순으로 '두쫀쿠'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자,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인원이 몰려든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이 '두바이 신드롬’이 어느 정도인지를 방증하는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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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이 20~22일 강남점 지하1층 스위트파크의 '월간 빵지순례' 팝업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두바이 디저트류를 선보인다. 두바이 김밥, 두바이 쫀득 쿠키, 두바이 쫀득볼 등을 만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
◆ 국밥집·고깃집서도 판매…'두바이' 광풍에 사기도 기승
'두바이 마케팅'은 디저트와 무관한 자영업자들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카페뿐만 아니라 순대국밥집, 횟집, 고깃집 등에서 두쫀쿠나 두바이 마카롱 등을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른바 '미끼 상품'을 활용한 일종의 상술이다. 일부 매장은 메인메뉴를 주문해야만 쿠키를 살 수 있도록 '끼워팔기'를 하거나, 실제 재고가 없으면서도 검색 노출을 위해 메뉴명에 '두바이' 키워드를 무단 삽입하기도 한다.
실제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철물점이나 마사지업소에서까지 판매 여부를 고민하는 질문이 올라올 정도다. 이 현상은 두바이 디저트 덕분에 "죽어가던 가게를 살렸다", "매출이 4배 늘었다" 등의 후기가 잇따르면서 더욱 심화하는 분위기다.
그러자 '두쫀쿠'의 핵심 재료인 카다이프(중동식 면)와 피스타치오 가격이 폭등하고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이를 악용한 범죄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재료를 '익일 배송' 해주겠다며 접근해 대금을 가로채는 납품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 글도 속출하고 있다. 또한 기존 재료와 요리법과는 무관하게 만들어놓고 소비자들에 판매하는 '가짜' 업체들도 늘어 논란이다.
◆ BBC도 주목한 韓 디저트 광풍…"반짝 유행 주의해야"
이 현상은 외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한국의 '두바이 디저트' 열풍을 보도하며, 빵집이 아닌 식당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든 현상과 실시간 재고 지도가 등장한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BBC는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지난해 9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두쫀쿠' 인증 사진을 올리면서 유행이 시작됐으며, 시각적 요소에 열광하는 한국 특유의 SNS 문화가 '두쫀쿠' 열풍의 배경이라고 짚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SNS 과시욕을 이번 열풍의 핵심 원인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품귀 현상 속에서 제품을 어렵게 구했다는 성취감과 이를 타인에게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직접 재료를 구해 만드는 과정을 SNS에 공유하거나, 여럿이 모여 함께 만드는 '두쫀쿠 김장'이라는 용어가 등장할 만큼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통업계는 두바이 디저트 유행에 동참하면서도 허니버터칩, 탕후루, 요아정, 소금빵 사례처럼 반짝 유행에 그칠 가능성을 경계하며 방어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저트 트렌드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 유행이 꺾인 뒤 진입한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ccbb@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