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인도 두 도시 이길 수 있나 [유병철의 스포츠 렉시오]
  • 유병철 기자
  • 입력: 2026.01.16 00:00 / 수정: 2026.01.16 00:00
'밀라노-코르티나'는 사상 첫 두 도시 올림픽
올림픽, 월드컵은 분산개최가 대세
‘사우스 코리아의 사우스 올림픽’?
오는 2월 6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개회식이 열리는 밀라노의 ‘산 시로 스타디움’ 전경. 이 곳은 이탈리아 축구 명문 AC밀란과 인테르밀란의 공동 홈구장으로 수용 인원 8만 명에 달하는 유럽 축구의 ‘성지’ 중 하나다. /AP 뉴시스.
오는 2월 6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개회식이 열리는 밀라노의 ‘산 시로 스타디움’ 전경. 이 곳은 이탈리아 축구 명문 AC밀란과 인테르밀란의 공동 홈구장으로 수용 인원 8만 명에 달하는 유럽 축구의 ‘성지’ 중 하나다. /AP 뉴시스.

[더팩트ㅣ유병철 전문기자] # 420km

새해가 밝았고,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은 오는 2월 6일(이하 현지시간) 개막해 우리의 설연휴기간(14~18일)을 거쳐 22일에 폐막합니다. 이번 올림픽은 처음으로 공식 개최지로 두 곳의 지명이 쓰였습니다. 한국이 강세를 보이는 쇼트트랙을 비롯한 빙상종목은 밀라노에서, 스키 등 설상종목은 코르티나담페초(이하 코르니타)에서 열리죠.

패션과 산업의 도시 밀라노는 유명하지만, 코르티나는 그렇지 않습니다. 밀라노에서 동북쪽으로 420km 떨어진 휴양도시입니다. 인구는 약 6,000명 정도이고, 돌로미티 산맥이 근처에 위치한 이탈리아의 동계 스포츠 중심 도시입니다. 이미 1956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밀라노에서 출발하면 자동차 기준으로 4~5시간이 소요됩니다.

# 900km

현재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전에서 가장 유력하다고 꼽히는 도시는 인도의 아마다바드-뉴델리입니다. 인도는 중국을 제치고 최대 인구(약 14억 6000만 명) 보유국이 됐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볼 때 이런 인도에 첫 올림픽 개최(아시아 4번째)를 선사하는 것은 명분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꽤 매력이 있습니다. 뉴델리는 유명하지만, 아마다바드는 좀 생경합니다.

뉴델리에서 남서쪽으로 900km 떨어진 곳에 위치했죠. 구자라트 술탄국의 건물이 많은 구 도심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역사가 깊은 도시입니다. 또 인도 최고의 실력자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아마다바드가 위치한 구자라트 주 출신입니다. 대부분의 주요 경기는 아마다바드에서 열리고, 뉴델리를 비롯, 1337km 떨어진 오디샤 주, 493km 거리의 보팔 등에서 경기가 열립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주요일정. 한국은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4위를 기록한 바 있다. /뉴시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의 주요일정. 한국은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4위를 기록한 바 있다. /뉴시스

# 올림픽의 월드컵 따라하기

IOC는 2014년 ‘올림픽 어젠다 2020’을 발표하며 올림픽의 국가 및 도시 간 공동 개최를 허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월드컵은 국가 단위, 올림픽은 도시 단위입니다. 국가 단위의 월드컵도 2026년 북중미월드컵처럼 개최지를 넓히는 것이 추세입니다. 이는 당연한 이치입니다. 올림픽처럼 1만 명이 넘는 선수와 그보다 수십, 수백 배에 달하는 관련 종사자와 관광객이 좁은 지역으로 몰려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행사 후 남는 거대 스포츠시설은 활용도가 떨어져 두고두고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른바 ‘메가 스포츠이벤트의 저주’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어젠다 2020’은 지역 분산 개최를 통해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올림픽 유산의 지속가능성과 환경적 책임을 강조한 지극히 상식적인 조치입니다.

# 전주 올림픽도 알고 보면 ‘분산개최’

2025년 2월 28일 대한체육회에서 치러진 2036년 하계 올림픽 대한민국 유치 도시 선정에서 전라북도(전주)는 총 61표 중 49표를 획득해, 11표에 그친 서울을 압도적으로 눌렀습니다. 대이변이었죠. 앞서 서울은 2032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나섰지만 호주 브리즈번(IOC 집행위가 단독후보로 제안)의 위세에 눌려 총회투표도 하지 못한 채 물러난 바 있습니다.

지금 전라북도는 단독으로 올림픽을 치를 능력이 안 되고, 그럴 의사도 없습니다. 비수도권 도시들과 연대해 올림픽을 치를 생각입니다. 육상은 대구에서, 수영과 양궁은 광주에서, 테니스는 충남, 체조는 청주, 서핑은 전남 고흥에서 각각 열 계획입니다. 전주에서 반경 140km 내 비수도권 지역으로 10개 인기 종목이 배분되니 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분산개최입니다. IOC의 어젠다 2020과도 맞아떨어지죠.

지난해 2월, 전라북도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된 후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한 유치단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장면. /전북특별자치도 홈페이지
지난해 2월, 전라북도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도시로 선정된 후 김관영 도지사를 비롯한 유치단이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장면. /전북특별자치도 홈페이지

# 비수도권 올림픽

문제는 유치 가능성입니다. 전라북도의 계획은 ‘사우스 코리아의 사우스 올림픽’, 다른 말로는 ‘비수도권 올림픽’입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를 내세워도 이 정도로는 세계인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는 겁니다. 스포츠외교 전문가인 윤강로 원장(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확실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전주가 내세운 2036 하계올림픽 지방분산 유치안은 인프라 부족과 국제적 인지도 결여로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서울-전주 공동 유치로의 전격적인 방향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2025년 10월)

한국의 시골마을을 전 세계에 알린 평창의 사례가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건 사정이 다릅니다. 평창은 ‘2020 어젠다’ 이전에 유치가 결정됐고, 또 하계에 비해 규모가 적은 겨울 올림픽의 특수성이 작용했으니까요.

# ‘에디슨의 직류 고집’과 192km

서울은 K-컬처와 전통이 공존하는 세계적인 대도시로, 외국 관광객이 가장 방문하고 싶어하는 도시입니다. 스포츠 시설 및 관광인프라도 최고죠. 올림픽 복수 개최는 서울이 런던, 파리, 도쿄, LA 등 세계적인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의미도 갖습니다. 전라북도를 배제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낯선 ‘비수도권 올림픽’ 대신, 전주-서울, 혹은 서울-전주 올림픽이 훨씬 낫지 않을까요?

비용은 더 적게 들고, 효과는 더 클 것으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유치가능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차선책은 최선책이 불가능할 때 선택해야 합니다. 알량한 지역이기주의나, 시대에 뒤떨어진 국내 체육계의 의사결정과정이 많이 아쉽습니다. 지금의 전북올림픽은 교류(테슬라 방식)가 더 나은 줄 알면서도 직류를 고집한 에디슨의 실수를 연상시킵니다. 올림픽은 특정 지역을 넘어 국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2036년 하계올림픽은 2027년에 결정될 확률이 높다고 하니 바로 지금이 그럴 때입니다. 전주와 서울의 거리는 192km입니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는 도청에 유치총괄과를 두고 다양한 활동으로 2036 하계올림픽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지는 홍보 웹툰 시리즈 중 하나. /전북특별자치도 홈페이지
현재 전북특별자치도는 도청에 유치총괄과를 두고 다양한 활동으로 2036 하계올림픽 유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미지는 홍보 웹툰 시리즈 중 하나. /전북특별자치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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