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 보고 19일 만에 처분 결의…절차·정족수 지적
공개매수 미달 뒤 동일 단가 매각…주주연대 "우회 지분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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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루미늄 거푸집 선도 기업인 삼목에스폼이 대주주 일가에게 자사주를 헐값에 넘겨 논란이 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알루미늄 거푸집 생산 기업 삼목에스폼이 자사주를 오너 일가 회사에 처분한 과정을 두고 규정 위반과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추진하는 흐름 속에서, 상장사가 자기주식을 우호지분 이전 수단으로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인다.
◆ 금감원 진정으로 번진 자사주 처분…주주연대 "배임·공시규정 위반"
14일 삼목에스폼 소액주주연대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에 따르면 양측은 전날인 13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삼목에스폼 경영진에 대한 특별감리를 촉구했다. 주주연대는 발행·공시 규정 위반과 배임 혐의를 거론하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에 알짜 자산을 대주주 개인회사로 옮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주주연대가 이야기하는 핵심 쟁점은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 이후 처분까지 걸린 시간이다. 주주연대는 삼목에스폼이 2025년 9월 4일 자사주 신탁계약 해지 결과보고서를 제출한 뒤, 19일 만인 9월 23일 이사회를 열어 처분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현행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 해지 결과보고서 제출 이후 1개월(30일) 기간을 두도록 한 취지와 배치된다는 게 주주 측 주장이다.
주주연대 관계자는 "상장사라면 기본적으로 숙지해야 할 절차를 건너뛰었다는 점에서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면서 "법 개정 전에 하루라도 빨리 오너 일가로 지분을 넘기려 한 정황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사회 의결 과정도 논란의 한 축이다. 주주연대는 이번 거래가 최대주주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인 만큼 이사회 정원 7명 기준 3분의 2인 5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김준년 삼목에스폼 회장과 엄석호 대표는 이해관계자로 의결권이 제한되는 구조였다.
남은 이사 수가 5명으로 줄어 한 명이라도 빠지면 부결되는 상황에서 김준년 회장의 4촌으로 알려진 김재년 이사가 표결에 참여해 가결 요건을 채웠다는 게 주주연대의 설명이다. 주주연대는 의결 정족수를 숫자 맞추기식으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보고, 이사회 결의 자체의 정당성까지 문제 삼고 있다.
처분 가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주연대는 "삼목에스폼이 자사주를 주당 2만2800원에 넘겼는데, 이는 회사의 주당순자산가치(BPS) 4만5784원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매각 상대는 김 회장 개인회사 에스폼과 자녀들이 지배하는 에스브이씨(SVC)로 지목됐다.
주주연대는 최대주주 측이 2025년 9월 8~29일 주당 2만2800원에 진행한 공개매수가 미달로 끝난 뒤 동일 가격의 자사주가 특수관계인에게 넘어가면서, 공개매수로 확보하지 못한 물량을 자사주로 우회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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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목에스폼 소액주주연대는 자사주 처분과 관련해 지난 13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삼목에스폼 소액주주연대 |
◆ 법적 공방도 장기화…누적된 사측 vs 주주 갈등
삼목에스폼은 이번 자사주 처분 논란 이전에도 소액주주와의 충돌이 이어졌던 기업으로 꼽힌다. 2024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 측이 절차 적법성을 문제 삼아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하면서 공개적으로 갈등이 표면화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공시에 따르면 소액주주로 알려진 이보열 씨는 2024년 3월 18일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검사인 선임을 신청했다. 같은 달 29일 오전 10시 개최 예정이던 주주총회와 관련해, 총회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의 적법성을 조사할 검사인을 지정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에 삼목에스폼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회계 이슈도 겹쳤다. 삼목에스폼은 2024년 2월 29일 정정 감사보고서 제출 공시에서 재무제표 기재 오류를 반영하기 위해 2022년 12월 31일로 종료되는 보고기간 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고 알렸다. 정기 주총을 전후해 회계 처리 오류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이후에도 마찰은 이어졌다. 2024년 하반기에는 회사가 주주연대 측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증거 불충분 취지로 무혐의 결론이 나자 삼목에스폼 측은 경찰에 이의 제기를 했고, 이후 주주연대에 대한 검찰 조사까지 이뤄졌다. 최종 무혐의로 결론 났으나 사측과 연대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주주환원 요구를 둘러싼 공방이 법적 다툼 양상으로 번졌다는 점에서, 삼목에스폼의 주주 소통 방식 자체가 리스크로 누적된 셈이다.
시장에선 이번 사안을 밸류업 흐름과 충돌하는 사례로 본다. 국회에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법사위 상정 절차에 들어갔고, 정치권은 원안 추진 방침을 거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19일 금융위·공정위 업무보고에서 금융·기업 지배구조 이슈를 언급하며 "빨대를 꽂아 재산을 빼돌리는 행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주주연대는 삼목에스폼의 자사주 처분이 이런 불공정·사익편취 차단 기조와 어긋난다고 보고, 당국이 사실관계를 신속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이번 사안은 단순히 삼목에스폼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았을 때 일반 주주들이 겪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자사주가 주주환원 수단이 아니라 우호지분 이전 통로로 활용됐는지 여부가 핵심"이라며 "규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이사회 책임까지 확장될 수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다만 소액주주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삼목에스폼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당사가 한 게 아니고, 다른 법인이 공개매수한 것에 참여했을 뿐"이라며 "논란은 소액주주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적법한 절차로 이뤄졌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