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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 인가 앞두고 금융당국-루센트블록 정면충돌…공정성·기술 유출 쟁점화
입력: 2026.01.13 10:38 / 수정: 2026.01.13 10:38

혁신금융 시범사업 제도화 과정서 충돌
대형 금융 인프라 참여에 스타트업 반발
NDA 자료 제공 두고 기술 탈취 의혹 제기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조각투자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사업자 예비인가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STO 1세대 스타트업인 루센트블록이 금융위원회의 인가 절차를 두고 "기득권 중심 재편"이라며 공개 반발에 나서면서다. 인가 과정의 공정성과 경쟁 과정에서의 기술·정보 유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동시에 불거지며, 혁신기업 보호라는 제도 취지와 인허가 경쟁 논리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루센트블록은 해당 사업을 4년간 검증해 왔는데, 갑작스럽게 공적 기관, 그간 STO 시장에 기여가 없었던 기관들과 경쟁하는 구조가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법안의 취지에 따른 원리와 원칙, 그리고 상식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와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를 각각 주축으로 한 두 개의 컨소시엄을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대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가에는 루센트블록 컨소시엄까지 총 3곳이 신청했으나, 금융당국은 최대 두 곳만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최종 결과는 오는 14일 금융위 정례회의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논란의 근본 배경에는 STO 유통 시장의 제도화 과정이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돼 온 조각투자 시범 서비스를 정식 제도로 편입하기 위해 장외거래소 신규 인가 절차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혁신금융 사업자와 제도권 금융 인프라를 보유한 대형 기관들이 동일한 인가 경쟁 구도에 놓이게 됐다.

루센트블록은 2018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이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하며 STO 시장을 실증해온 사업자다. 인가 경쟁에는 한국거래소·코스콤 중심의 KDX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등이 참여한 NXT컨소시엄이 가세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존 금융 인프라를 갖춘 기관들이 참여하면서 스타트업과 제도권 금융기관 간 힘의 구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루센트블록은 이러한 경쟁 구도 자체가 구조적으로 기득권 금융기관에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보고 있다. 혁신금융 서비스로 성과를 입증한 사업자가 제도화 단계에서 동일 선상 경쟁을 요구받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허 대표는 "시범사업을 통해 검증된 혁신기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배제되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금융당국과 업계는 인가 기준이 사전에 공개됐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평가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상 인가 요건을 기본으로 컨소시엄 구성, 중소형 증권사 참여, 신속한 서비스 개시 역량 등을 가점 요소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단일 사업자 중심의 컨소시엄은 정책 목표상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공정성 논란보다는 제도 설계 방향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을 더욱 키운 것은 기술·정보 유출 의혹이다. 루센트블록은 넥스트레이드가 과거 투자 검토 과정에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 뒤 재무·사업·기술 관련 자료를 제공받았고, 이후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가를 신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자료가 경쟁 과정에 활용됐다면 스타트업 기술 탈취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는 제공받은 자료는 회사 개황과 재무 현황 등 일반적인 수준에 불과하며, 기밀로 볼 만한 기술 자료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인가 신청 과정에서 루센트블록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활용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기술·정보 유출 여부는 NDA 범위와 제공 자료의 성격, 이후 인가 신청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돼야 판단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단순한 자료 제공 사실만으로 기술 탈취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갈등은 특정 사업자의 인가 성패를 넘어, 혁신금융 제도가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혁신을 먼저 시도한 사업자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 동시에 공공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금융 인프라를 어떤 기준으로 구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허 대표는 사업활동 방해와 기업결합 신고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거래 신고를 마쳤다고 밝혔다. 또 관련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으며, 13일부터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금융위는 14일 정례회의에서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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