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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에 반도체값 폭등…IT업계 원가 부담 커진다
입력: 2026.01.12 14:35 / 수정: 2026.01.12 14:36

HBM 생산 집중으로 범용 D램 공급난 심화
이청 삼성D 사장 "반도체 가격, 사업 최대 변수"


지난 7일(현지시간) CES 2026 현장을 찾은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 부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난 7일(현지시간) CES 2026 현장을 찾은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가격 상승 부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더팩트|우지수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이 촉발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IT 산업 전반에 거센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은 호황을 맞았지만 부품을 공급받아야 하는 디스플레이 등 IT업계는 원가 급등 변수에 직면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AI 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일반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HBM은 일반 메모리보다 생산 시간이 약 3배 더 걸려 범용 제품들의 생산이 줄기 때문이다.

통상 D램은 스마트폰이나 PC 그리고 각종 가전제품 등에 탑재되어 일상적인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범용 메모리다. 반면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고성능 제품이다. HBM은 주로 AI 서버나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 막대한 연산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인공지능 환경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이번 분기 D램 가격이 평균 50~55% 폭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D램 물량이 2026년 말 생산분까지 모두 매진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로 인해 마이크론 주가가 지난 1년간 247% 폭등하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도 고공 행진하는 등 반도체 업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IT 기기 제조사들에게는 없는 원가 압박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6' 현장을 찾은 국내 디스플레이 경영진은 시장 불확실성 관리를 올해 핵심 과제로 꼽았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디스플레이 사업의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 가격"이라고 짚었다. AI 데이터센터용 HBM 수요 집중으로 범용 메모리 공급이 빠듯해지고 세트(완제품)업체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반도체 업계가 HBM 생산에 열을 올리고 일반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줄이면서 IT업계의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공개한 신형 AI 메모리 HBM4 16단 48GB(왼쪽). /SK하이닉스
반도체 업계가 HBM 생산에 열을 올리고 일반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줄이면서 IT업계의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가 'CES 2026'에서 공개한 신형 AI 메모리 HBM4 16단 48GB(왼쪽). /SK하이닉스

이 사장은 "우리 삼성전자 입장에선 좋지만 세트업체들 관점에서 보면 가격이 올라가고 수급에 어려움이 있으니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위축되기보다는 투자를 단행한 설비를 기반으로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가동 예정인 8.6세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을 앞세워 매출 성장을 이뤄낼 계획이다. 이 사장은 "작년 대비 IT용 매출 기준 20~30% 성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난 5일 'CES 2026' 현장에서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는 OLED"라며 "OLED는 AI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디스플레이 수단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사장은 "올해는 기술을 토대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며 "한 차원 더 높은 원가 절감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반도체발 비용 상승 압박을 원가 혁신으로 상쇄하고 새로운 시장을 공략해 수익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완제품 시장 가격 정책에 즉각 반영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제품 가격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내달 출시될 '갤럭시 S26' 시리즈와 주요 노트북 신제품의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도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AI 기능 고도화로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맞추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AI 열풍으로 완제품 및 부품 기업은 반도체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고, 차별화된 성능과 사용자 경험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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