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022년 시범 도입한 '디딤돌소득'이 시행 3년차를 맞아 탈수급률과 근로소득 증가율 모두에서 개선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책적 실험을 넘어 정치적 자산으로서의 의미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디딤돌소득 시범 도입 이후 올해 3년차 기준으로 2차년도 대비 수급가구의 탈수급률은 1.1%포인트, 근로소득이 증가한 가구 비율은 2.8%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소득 보전에 그치지 않고, 자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식료품과 의료비 등 필수재 소비지출이 늘었고, 영양 상태 역시 1.3%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비교했을 때 근로 유인 효과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월평균 가구소득은 비수급가구보다 25만원 높게 집계됐으며, 수급가구는 교육·훈련과 돌봄, 건강관리 등 생산성 향상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딤돌소득 수급가구의 근로 여부는 지원 기간 동안 평균 10.4%포인트 감소했지만, 이는 단순한 노동 회피가 아닌 교육·돌봄·건강관리 등 장기적인 노동 생산성 향상을 위한 활동에 시간이 재배분된 결과로 해석된다. 가구주 외 구성원의 근로 공급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으며, 장기적으로는 인적자원 투자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세훈 시장은 디딤돌소득을 기존 복지 정책과 구별되는 '하후상박형 복지 모델'로 규정해왔다. 그는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를 나누어 주는 기본소득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포기한 무차별적 복지"라며 "디딤돌소득은 어려운 계층일수록 두텁게 지원하되, 개인의 역량을 키워 자립을 돕는 책임 있는 선택"이라고 강조해왔다.
전문가들은 디딤돌소득이 기술 변화에 따른 고용 구조 변화에도 일정 부분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국은 AI 디지털 전환 속도에 비해 복지나 제도가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젊은 세대는 정규직보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파트타임·유연한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변화에 맞춰 고용 복지를 설계하는 것이 정부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소득보장제도는 근로연령층(19~64세), 특히 가족 돌봄 청년과 중·장년 등 돌봄 취약계층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며 "AI 시대에는 소득과 돌봄을 통합 지원하는 방향으로 소득보장제도가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디딤돌소득이 단순 소득 지원을 넘어 돌봄·교육·건강관리 등 생산성 향상 활동과 결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제도 확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분석으로도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디딤돌소득의 성과가 오세훈 시장의 내년 지방선거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책 효과가 수치로 입증되면서, 당내에서도 오 시장의 정책적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최근 당 정강·정책 1조에 명시된 ‘기본소득’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소득을 진보적 의제로 보고 보수 가치에 맞는 하후상박형 복지 정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는 오세훈표 디딤돌소득이 당내 정책 평가와 입지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3년간의 실험을 통해 디딤돌소득이 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을 넘어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향후 제도 개선과 확장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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