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비판 대자보 철거…인권위 "학생 표현의 자유 침해"
  • 이라진 기자
  • 입력: 2025.12.29 14:24 / 수정: 2025.12.29 14:24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규정 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대학이 학생들이 게시한 대자보를 철거한 것은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29일 밝혔다. /더팩트 DB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대학이 학생들이 게시한 대자보를 철거한 것은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29일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캠퍼스 내 학생 대자보 철거는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29일 인권위에 따르면 A 대학 재학생은 교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의 8주기 추모' 포스터 게시를 신청했다. 그러나 학교는 포스터의 내용이 정치와 종교, 성 관련 사안으로 면학 분위기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불허했다. 이에 재학생은 부당한 조치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 대학 재학생도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교내 3개 건물에 부착했으나 대학이 내부 규정을 근거로 이를 철거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A 대학은 "자체 규정에 따라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요소가 없는 내용의 게시물만 학내 게시판 부착을 승인하고 있고 승인되지 않은 게시물은 확인 즉시 철거하고 있다"며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추모 포스터는 성 관련 내용으로 논쟁의 여지가 다분해 규정에 따라 승인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B 대학은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나, 미허가·미지정 장소에 게시된 게시물과 미관상 교육환경을 해할 수 있는 게시물은 예고기간을 걸쳐 철거하고 있다"며 "재학생이 게시한 대자보 또한 교내규칙과 시설물 관리의 일환으로 철거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대학 규정이 학생들의 정치·사회적 의견표명을 배제하거나 모든 게시물을 사전 승인 대상으로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학생의 정치·사회적 활동에 대한 검열과 다를 바 없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대학 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A와 B 대학 총장에게 학생들이 사전 승인 없이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할 수 있는 게시 공간을 마련하고,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raj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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