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술 앞세운 대형 계약 속출…1년 새 160% 이상 급증
"성과 재투자 통한 R&D 선순환 구조가 지속 성장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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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공개된 계약 기준 약 21조원으로, 지난해 약 8조원 대비 162% 증가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규모가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형 기술이전 계약이 잇따르며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시장에서 검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2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규모는 공개된 계약 기준으로 약 145억3000만달러(약 21조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55억4000만달러(약 8조원) 대비 1년 만에 162% 증가한 수치다.
기술수출 건수는 17건으로 과거 최대치였던 2021년(34건)보다는 줄었지만, 1조원을 웃도는 대형 계약이 늘면서 전체 규모는 크게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소수 대형 계약' 중심으로 기술수출의 질적 전환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올해 기술수출의 특징은 바이오 플랫폼 기술의 약진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앞세워 4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30억20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11월 미국 일라이 릴리와도 25억62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단일 기업이 같은 플랫폼으로 연이어 글로벌 빅파마와 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알테오젠은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오 자회사 메드이뮨에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 'ALT-B4'를 13억5000만달러에 이전했다. 정맥주사(IV) 제형을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이 기술은 투여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다수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을 받고 있다.
차세대 치료 기술을 앞세운 계약도 이어졌다. 알지노믹스는 5월 일라이 릴리와 RNA 편집 교정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에임드바이오는 10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차세대 항체·약물접합체(ADC) 기술을 수출했다.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도 성과를 냈다. 에이비온은 항체의약품 후보물질 'ABN501'을 약 13억달러 규모로 이전했고, 오스코텍과 아델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ADEL-Y01'을 사노피에 10억4000만달러에 수출했다. 이 밖에도 올릭스, 지놈앤컴퍼니, 앱클론, 보로노이, 소바젠 등 다수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단일 후보물질보다 확장성이 높은 플랫폼 기술과 차별화된 기전의 파이프라인을 선호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협상력이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플랫폼 기술은 후속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중장기적인 수익 창출 기반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수출로 확보한 자금을 다시 핵심 기술과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기술수출은 한국 제약바이오의 경쟁력을 보여준 상징적 성과"라며 "수익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R&D 투자와 글로벌 임상 역량 강화가 다음 도약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