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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더 센’ 중대재해 정책 나오나…현장은 부담 백배
입력: 2025.12.27 00:00 / 수정: 2025.12.27 00:00

현장에선 ‘페이퍼 세이프티’ 확산…안전관리 실무자 이탈 우려
근로감독관 증원 효과 미미…싱가포르, 노동자 안전 주체 명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정부가 내년 중대재해처벌법보다 한층 강화된 제재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에서는 처벌 일변도의 강경책이 안전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부담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에서는 지난 7월 중대재해를 일으킨 건설사에 매출액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발의됐다. 여기에 더해 영업이익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일부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중대재해 발생 시 등록말소나 인허가 취소 등 강력한 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현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제재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산재 사망 지표는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망자는 증가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3분기(1~9월) 유족급여 승인통계 기준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1735명으로, 전년 동기 1567명보다 168명(10.7%) 늘었다. 하루 평균 약 4.8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재해발생일 기준으로 집계하는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통계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3분기 누적 사망자는 45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명 증가했다.

노동부는 "산재 사망은 대표적인 후행 지표로, 정책 효과가 현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가가 나타난 환경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설경기 침체, 취업자 수 감소, 인공지능(AI)·자동화 확산 등 산재 감소 요인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현장 책임과 구조적 요인은 충분히 다루지 않은 채, 사용주 처벌만 대폭 강화한 처벌 일변도의 정책이 되레 악영향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현장에서는 ‘페이퍼 세이프티’가 만연해 서류 대응에 에너지가 소진되고, 규제로 안전에 진심이던 실무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후행 지표만을 근거로 드는 것은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재 하락요인이 충분한 국면에서 사망이 늘었다면, 제도의 설계와 작동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경찰청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 붕괴사고 수사본부 등 유관기관이 지난 16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1차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광주경찰청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 붕괴사고 수사본부 등 유관기관이 지난 16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붕괴 사고 현장에서 1차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 / 뉴시스

특히 이번 사망자 증가는 전체 사망사고의 약 40~50%를 차지하는 건설 경기침체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표누리에 따르면 건축착공 면적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인 2021년 9월 1149만6673㎡에서 올해 9월 750만5894㎡로 약 399만779㎡(34.7%) 감소했다. 산업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도 사망사고가 줄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근로감독관 2000명 증원 등 행정인력 확대에 정책의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 200만개 이상에 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감독 인력 증원이 현장 전반의 산재 예방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재관리 행정인력(2024년 12월 기준)은 총 3090명으로, 노동자 100만 명당 약 147.1명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는 미국(19명)의 약 7.7배, 일본(26.7명)의 약 5.5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들 국가 모두 산재 사망은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낮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감독관 증원만으로 효과를 내려면 수만 명 규모가 필요할 것"이라며 "업종·지역별로 집단적 자율 산재 예방 대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영세 기업의 산재를 줄이는 게 관건임 만큼, 중앙 정부가 행정으로 규제하기보다 노사가 중심이 되는 자율 규제 방식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싱가포르는 안전관리 성과가 우수한 사업장에 공사 계약액의 최대 0.5%를 보상금으로 지급하는 산업안전보건법 보너스 제도를 운용 중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 노동자도 처벌 대상이 되도록 해, 노동자 역시 안전·예방의 주체임을 분명히 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싱가포르에서 사고로 부상을 당한 노동자는 10만명당 0.92명으로, 2004년 4.9명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danjung638@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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