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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사태, 개인정보 유출 넘어 한미 외교 갈등으로 비화하나
입력: 2025.12.26 10:49 / 수정: 2025.12.26 10:49

美 정계 압박 움직임…韓 정부 긴급 장관급 회의
쿠팡 셀프 발표 "외부 유출 없다"…정부 "일방적 발표 유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단순한 기업 보안 사고를 넘어 한미 간 외교 및 통상 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AP.뉴시스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단순한 기업 보안 사고를 넘어 한미 간 외교 및 통상 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AP.뉴시스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단순한 기업 보안 사고를 넘어 한미 간 외교 및 통상 마찰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계가 쿠팡 사태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회의 강경 대응을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쿠팡을 엄호하고 나선 것이다.

쿠팡이 미국 정치권을 상대로 로비한 결과물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대통령실은 성탄절 당일 이례적인 긴급 장관급 회의를 소집하며 대응에 나섰다.

◆ 美 정계 "한국의 쿠팡 규제는 미국 기업 탄압"

26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가까운 미국 인사들과 공화당 의원들이 최근 한국 정치권의 쿠팡 조사를 비판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에서 벌어진 일개 기업 보안사고에 미국 정계가 의견을 표명하는 행위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라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현지시각으로 24일 엑스(X, 옛 트위터)에 "한국 국회가 쿠팡을 공격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 장벽을 구축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이 미국 기술 기업을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관계 균형 노력을 훼손한다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중진인 대럴 아이사 미국 하원의원 역시 한 매체 기고문을 통해 "한국 정부가 애플, 구글, 메타와 함께 쿠팡을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며 "이는 양국의 특별한 관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트럼프 성향의 정치평론가 스티브 코르테스는 "한국 정부는 막대한 투자를 해온 미국 기업 쿠팡을 오히려 제재하고 있다"며 '한국의 미국 기업 배신 행위'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들 주장의 공통점은 쿠팡을 '미국 기업'이라고 표현하면서, 현재 한국 정부와 국회의 대응이 '한미 외교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이러한 미 정계의 반응은 쿠팡의 모기업인 쿠팡Inc.가 미국 델라웨어주에 상장된 미국 법인이라는 점과 한국 정부의 규제가 구글·메타 등 다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법' 이슈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예정되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고위급 회의가 연기된 배경에도 한국의 디지털 규제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작용했다는 미국 정치 전문지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 150억원 쏟아부은 쿠팡의 대미 로비…'방패막이' 내세웠나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미국 정계의 반응이 쿠팡이 그동안 미국 내에서 펼쳐온 막대한 로비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 상원 로비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나스닥 상장 후 최근 5년간 미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약 1075만달러(약 155억원)의 로비 자금을 지출했다. 로비 대상은 백악관, 미 무역대표부, 상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미 권력 핵심부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정치권의 영향력을 활용해 한국 정부의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구명 로비'를 펼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국내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에서 337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박헌우 기자

◆ 韓 정부, 성탄절 긴급 장관급 회의 소집…외교부도 참석

쿠팡 사태가 통상 문제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한국 정부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성탄절인 지난 25일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관계 부처 장관급 비공개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뿐만 아니라 외교부 장관과 국가안보실 관계자까지 참석했다. 이는 정부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아닌 국제 통상 및 외교적 파급력이 큰 사안으로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부처 업무보고에서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회사가 망할 정도의 경제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며 쿠팡을 겨냥한 강력한 원칙론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기존에 과기정통부 2차관이 팀장(류제명)을 맡고 있던 '범부처 쿠팡TF'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직접 맡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회의에선 쿠팡 개인정보 유출 및 소비자 보호와 관련해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2차 피해 예방대책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조사 및 엄중한 대응과 별개로, 국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플랫폼 기업 등에 대한 정보 유출·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도 충실히 준비하기로 했다.

"외부 유출 없다" 셀프 조사결과 발표로 정부 자극한 쿠팡

이처럼 예민한 상황에서 쿠팡은 또다시 정부를 자극하는 행동을 벌였다.

25일 기습적으로 정보유출 사태와 관련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자신들이 직접 정보 유출자와 접촉해 조사한 결과, 전직 직원의 단독 범행으로 확인됐으며 고객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제3자에게 전달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또 유출자가 탈취한 내부 보안 키를 이용해 약 3300만 고객 계정의 기본 정보에 접근했으나 실제로 저장한 고객 정보는 약 3000개 계정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로 인한 고객 보상 방안을 조만간 별도로 발표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합동조사단에서 조사 중인 사항을 쿠팡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정부는 쿠팡의 주장이 아직 조사단에 의해 확인되지 않았으며, 객관적인 증거를 중심으로 유출 규모와 경위를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도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6일 박경미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례 없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켜 놓고도, 수사당국과 협의 없이 해외에서 유출자를 사적으로 접촉해 진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것은 상식과 법치를 넘어선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셀프 수사를 즉각 중단하고 민관합동조사단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라"며 "동시에 피해 국민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 실효적 보상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의 마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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