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배우 김다미에게 '대홍수'는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한계를 시험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김다미는 그저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모든 걸 쏟아부으며 작품을 완성했다. 흔들리는 서사 속에서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은 건 김다미였다. '대홍수'는 그렇게 김다미에게 또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됐다.
배우 김다미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감독 김병우)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안나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홍수'는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지난 19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작품은 지난 2022년 7월 촬영을 시작해 공개까지 무려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김다미는 "공개가 되나 항상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이렇게 공개돼서 기분이 너무 좋고 전 세계에서 보실 수 있다 보니 그런 점도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대홍수'는 공개 이후 다소 불친절한 연출과 개연성이 부족한 서사로 호불호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김다미는 "영화나 드라마는 보는 관점이 다양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호불호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며 "그래도 저희 영화가 많은 질문이나 궁금증을 던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관점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처음에 이 영화가 장르적으로 나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하나의 흐름처럼 느껴졌거든요. 나중에 영화화가 되면서 이런 달라지는 지점도 있구나를 깨달았어요. 결국에는 인간이 가진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영화라고 생각해요."

김다미는 인공지능 연구원이자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안나로 분했다. 안나는 6살 아들 자인(권은성 분)을 홀로 키우고 있던 중 기록적인 대홍수 속에서 차오르는 물과 사람들을 뚫고 옥상에 도착하지만 감당하기 힘든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인물이다.
김다미는 "엄마라는 지점이 저에게는 고민이 되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너무 그 부분에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다"며 "안나의 그런 부분이 점점 설득되면서 한번 도전해 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촬영을 하면서 엄마들은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어요. 내가 나중에 엄마가 돼서도 저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싶었죠. 촬영을 마치고 나서는 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정말 경이롭고 존경스럽게 느껴졌어요.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감정을 조금이나마 경험하며 배운 지점이 많았어요."
그렇게 김다미가 내린 답은 '사랑'이었다. 그는 "인물보다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을 하고 싶었을 때 '대홍수'를 만났다"며 "캐릭터를 설정할 때 인물이 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이라는 감정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배로 낳지 않았어도 키운 엄마의 사랑 역시 모성애라고 생각해요. 결국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봤어요. '대홍수'에서 나오는 모성애가 상당히 어렵긴 했지만 그냥 '사랑'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어요. 제가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감정, 부모님이 저를 대할 때의 마음을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수해를 메인 소재로 내세운 작품인 만큼 물속에서 촬영하는 장면도 상당히 많았다. 김다미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처음에만 비가 온다는 설정이 있어서 착각했다. 촬영을 하면서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계속 젖어 있어야 해서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나중에는 일상이 됐다"고 회상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수영이랑 스쿠버를 배웠어요. 안나가 처음에는 생존 수영을 하다가 점점 수영을 잘하게 되는 설정이라 자세까지 자세하게 배워야 했죠. 현장에서 선생님이 계속 티칭해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그만큼 새롭게 발견한 지점도 있었다. 김다미는 "제가 안 해본 것들의 연속이었다. 하나하나 해낼 때마다 저에게는 큰 퀘스트처럼 느껴졌다"고 얘기했다.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서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정말 많이 배웠다는 생각이 들어요. 끝까지 최선을 다해낸 작품이라서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죠. 인간적으로나 배우로서 많은 걸 느끼게 된 작품이었어요."
그렇기에 김다미에게 '대홍수'는 고마운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단다. 그는 "'마녀'가 제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면 그다음이 '대홍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저에게 많은 것을 남기게 해줬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기는 매 작품 할 때마다 어려워요. 이번 영화도 체력적인 거나 정신적인 거나 필모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촬영이긴 했어요. 힘들었지만 끝내고 나서는 잘 해냈다고 스스로를 응원하게 됐어요. 그 감정이 결국 제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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