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이 월 292만 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과 고소득·강남권 가구 중심 이용 논란 끝에 본사업 전환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정부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2일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서울시와 시범 운영해온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는 저출생 대응의 일환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제안에 따라 추진됐다. 육아와 가사 노동을 수행할 외국인에게 고용허가제 비숙련 취업비자(E-9)를 발급해 국내 취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시는 지난해 9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을 선발해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임금 문제는 도입 초기부터 꾸준히 논란이 돼 왔다. 홍콩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 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 원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당초 오 시장은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 비준국으로, 차별금지 협약에 따라 내국인과 외국인 간 동일 수준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사업 초기에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시급은 최저임금에 4대 보험료 등 간접비용을 포함한 1만3700원으로 책정됐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근무할 경우 월 임금은 약 238만 원으로, 3인 가구 중위소득(471만 원)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지난 3월 시간당 이용요금이 2860원 인상되면서 주 40시간 이용 기준 가정 부담액은 월 243만 원에서 292만 원으로 늘어났다. 근로기준법 적용에 따른 퇴직금과 업체 운영비 등이 반영된 결과다. 저렴한 비용으로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괴리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구의 90%가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가구 소득이 900만~1200만 원인 비중이 30.4%로 가장 많았고, 1800만 원 이상 고소득 가구도 23.3%에 달했다. 반면 가구 소득이 600만 원 미만인 경우는 8.9%에 그쳤다. 이용 가구의 거주지도 강남3구를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 강남구가 19.64%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13.39%), 성동구(11.61%)가 뒤를 이었다. 사실상 고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이용되는 서비스라는 한계가 있었다.
앞서 오 시장은 "우리 노동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을 외국 인력을 빌려 해결해보고자 하는 발상의 전환이었다"며 "1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시범 사업이 지나면서, 당초에 가졌던 매우 저렴한 외국 인력을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비춰보거나 노동 환경에 비춰볼 때 현실적으로 어렵겠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혼 가정 등 돌봄 수요가 높은 가구를 중심으로 여전히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향후 외국인 인력 활용 방향을 놓고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요양·간병 분야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돌봄 정책 전반 속에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범사업 이후에도 확대 필요성이 있다고 봤지만, 본사업 전환 여부는 정부 판단 사항"이라며 "외국인 인력 활용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나, 향후 확대 여부와 방향은 돌봄 정책 전반 속에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