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투명수주심의위' 가동…냉랭한 노사 관계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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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4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5 개막식에 앞서 현대자동차그룹 부스 내 현대로템 전시 내용을 살피는 모습. /최의종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최근 인사에서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대부분이 유임됐으나, 2020년부터 회사를 이끈 이 대표 유임은 대표적인 '실력' 위주 용인술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달 기준 수주잔고 29조60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모로코 철도청 전동차 사업 계약을 시작으로 5월 대만 타이중 블루라인 E&M 공급사업, 8월 폴란드 K2 전차사업 2차 이행계약 등을 맺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2025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을 그룹 기획조정 담당으로 발령한 것 외에 계열사 CEO 대부분을 유임했다. 2020년 3월 현대로템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 대표는 최고령·장수 CEO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1961년생인 이 대표는 현대차 경영기획 담당 전무와 현대위아 기획·경영지원·재경·구매 담당, 현대차 기획조정3실장 부사장,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으로 일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재무통'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이 대표 유임 배경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꼽는다. 현대로템은 디펜스 설루션 사업과 레일 설루션, 에코플랜트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 들어 대부분 사업에서 글로벌 시장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표는 취임한 직후 이사회 산하에 '투명수주심의위원회'를 꾸렸다. 사외이사와 사내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신규 사업과 관련된 사업성, 전략, 법적 문제, 진출 국가 등 각 리스크를 검토해 입찰 참여 여부를 정한다. 과거 수주 프로젝트에서 손실이 이어진 것에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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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규백(왼쪽 두 번째) 국방부 장관과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세 번째)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 아르뚜르 쿱텔(네 번째) 폴란드 군비청장, 이용배(첫 번째)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8월 폴란드 글리비체에서 진행된 폴란드 K2 전차 2차 이행계약 서명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현대로템 |
해당 위원회 구성으로 성과가 방산·철도 분야 수주로 이어졌다. 2021년 이집트 나그하마디-룩소르 신호 현대화 사업, 탄자니아 전기기관차 사업, 호주 시드니 2층 전동차 추가 공급계약 수주를 비롯해 2022년 폴란드 K2 전차 공급사업, 2023년, 지난해 연이어 계약을 따냈다.
올해는 K2 전차 2번째 수출 발판을 마련했다. K2 전차 수출처를 유럽에 이어 중남미로 확대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9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페루 육군·육군 조병창과 K2 전차·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에 대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다.
현대로템은 향후 이행계약으로 K2 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장갑차 141대 등 지상장비 총 195대를 페루에 공급한다. 기존 시장을 넘어서 다양한 수출처를 확보해 지속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주 성과는 자연스레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현대로템은 이 대표가 취임한 2020년 영업이익 82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802억원, 2022년 1475억원, 2023년 2100억원, 지난해 456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4604억원을 기록했다.
이 대표는 미래 먹거리에도 신경 쓰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재사용 우주발사체용 메탄 엔진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민간 중심 우주개발 시대가 오는 상황에서 재사용 발사체는 핵심이다. 현대로템은 메탄 엔진을 개발하며 중추적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룹 '수소' 전략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 에코플랜트사업본부는 수소충전소와 수소추출기 등 수소 인프라 구축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달 초 참가한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WHE) 2025에 참여해 기아와 공동개발한 수소 동력 경전술차량(ATV)을 선보였다.
다만 노사 관계는 이 대표에 아쉬운 영역이다. 현대로템은 2025년 임금·단체 협상 잠정합의안을 지난 23일에야 마련했다. 다른 계열사 대비 상당히 지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로템 노동조합은 이날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벌인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