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잇단 현지 공장 인수
관세 회피·공급망 재편 속 CDMO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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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Rockville)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미국이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현지 생산기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관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2억8000만달러(약 41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인수 절차는 내년 1분기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에서 생산된 바이오의약품을 현지에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됐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최대 15% 수준의 의약품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상황에서 관세 부담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중국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미국 생물보안법(NDAA) 시행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의 위탁개발생산(CDMO) 수요가 한국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이같은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현지 생산 확대 전략은 단기적인 비용 대응을 넘어 중장기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이라고 봤다.
앞서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 따라 한국산 의약품에 관세를 최대 15%까지만 부과하기로 했다. 최혜국 대우지만 기존 0%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특히 CDMO 구조상 관세 납부 주체는 고객사지만 고객사가 관세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어 현지 생산이 유리하단 분석이다.
셀트리온도 미국 생산 기반을 빠르게 확충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뉴저지주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약 4600억원에 인수했으며, 설비 증설과 추가 투자까지 포함해 총 1조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해당 공장에서 이미 원료의약품 생산을 시작해 미국 내 판매 제품에 대한 관세 부담을 사실상 해소한 상태다.
앞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3년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으로부터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해 CDMO 사업을 진행 중이며, SK바이오팜도 미국 내 위탁생산(CMO) 시설을 활용해 자체 신약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기지 보유 여부가 향후 글로벌 제약사의 파트너 선정 과정에서 핵심 경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관세 부과가 확정된 상황에서 미국 생산시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며 "관세 대응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과 생물보안법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