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보안감점 연장 논란 진행형…강행 시 법적 대응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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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우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5 MADEX HD현대중공업 부스에 전시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모형. /최의종 기자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이 경쟁입찰로 결정됐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갈등에 정치권이 뛰어든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지난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있다. 경쟁입찰 공정성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전날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을 경쟁입찰로 결정했다. 지난 2023년 12월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 종료식을 개최한 지 약 2년 만이다.
미래형 함정 무기체계인 KDDX는 차기 전략 자산으로 운용될 첨단 과학기술 집약체로 꼽혔다. 개념설계를 맡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과 기본설계를 맡은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간 핵심 절차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을 놓고 충돌하면서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담당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만큼 경쟁입찰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은 형사 사건으로 비화했다가 잠잠해졌으나 불똥은 정치권으로 튀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노골적으로 HD현대중공업과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가 특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 사업장이 있는 울산 지역과 한화오션이 사업장이 있는 경남 거제로 갈리기도 했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이상한 소리나 하고 그러고 있던데 그런 거 잘 체크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간접적으로 HD현대중공업을 저격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쟁입찰 선정 배경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정치권까지 엮인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이 어쨌든 결정된 점에는 다행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업 방식 결정이 올해를 넘겨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었다. 한국 해군 전력 강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다만 업계에서는 경쟁입찰에 공정성이 있는지는 방사청 움직임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본다. 방사청은 지난 9월 말 HD현대중공업 직원 군사기밀유출 사건 보안감점 적용 기간을 돌연 연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2022년 11월 판결 확정 기준으로 지난 11월 만료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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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군사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데다가 수의계약을 주느니 이상한 소리나 하고 그러고 있던데 그런 거 잘 체크하라"라며 KDDX와 관련해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
같은 사건에서 일부 직원 최종 판결 확정이 2023년 12월이라는 이유로 돌연 내년 12월까지 1년 인상 연장한다고 방사청은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공문을 통해 이의제기를 보냈다. 지난 10월 당시 석종건 방사청장은 보안감점 연장은 확정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HD현대중공업은 재차 방사청에 보안감점 연장에 의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보안감점 적용 기간 만료일인 11월 19일은 지났다. 현재까지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에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예민한 시기에 돌연 보안감점 기한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셈이다.
특히 한화오션이 그간 주장해 온 경쟁입찰 방식을 선정하면서 더 의문이 확산하기도 했다. 아울러 방사청장은 지난달 이용철 변호사로 교체됐다. 이 청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방사청 개청을 주도한 인물로 초대 방사청 차장으로 일한 바 있다.
이에 방사청은 "경쟁입찰로 특정업체에게 보안감점이 적용돼 불리하다는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라며 "보안감점이 확정적으로 적용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제안서 평가는 관련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신중하게 판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이 경쟁입찰로 결정되면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기술력 등 '진검승부'를 벌일 전망이다. 다만 방사청이 보안감점 연장 조치를 강행하면 HD현대중공업 법적 대응 등 해군 전력 강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 한미 조선산업 협력을 비롯한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원팀' 중요성이 커진 점도 경쟁입찰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이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위해 손을 잡은 상태다.
방사청은 실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방식을 양사가 공동으로 하는 상생안이 담합에 해당하는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도 했다. 다만 공정위는 '사후 판단할 문제'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방추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그간 지켜져 온 원칙과 규정이 흔들린 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 방추위의 결정에 면밀하게 검토할 계획이며, 향후 절차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제라도 결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라며 "향후 KDDX 사업 수주를 통해 대한민국 해군력 증강에 이바지하고, 2030년대 K-해양방산을 이끌 수 있는 명품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다.
bell@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