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신세계푸드 주식 공개 매수 후 상장폐지 나서
외식 사업도 선택과 집중으로…이마트 투자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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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푸드가 그룹 모태였던 급식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사업 재정비에 힘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서고 있어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이마트 사옥. /이마트 |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신세계푸드가 그룹 모태였던 급식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사업 재정비에 힘을 주고 있다. 특히 모회사인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주식 공개 매수를 추진함과 동시에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혀 신세계푸드의 '새 판 짜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이목이 쏠린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는 지난 1일 아워홈 자회사인 '고메드갤러리아'에 급식사업부 매각을 최종 완료했다. 앞서 신세계푸드는 지난 8월 28일 아워홈과 급식사업부 매각을 위한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양도 금액은 1200억원 규모로, 신세계푸드가 당시 운영했던 산업체와 오피스 등 급식사업부 100%를 아워홈에 이관했다.
이후 열흘이 흘러 이마트가 신세계푸드를 직접 품겠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이마트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신세계푸드 주식 공개 매수 건을 최종 승인했다. 매수 가격은 1주당 4만8120원으로, 이달 1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총 22일간 진행된다. 매수가는 공개 매수 개시일 직전 영업일이던 12월 12일 종가 4만100원 대비 20% 높게 책정했다. 이마트는 현재 신세계푸드 지분 55.47%를 보유했다. 이마트가 공개 매수를 완료하면 신세계푸드 최종 지분율은 93.36%로 오른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 공개 매수를 통해 유통 주식 전략을 취득한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상장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정책에 맞춰 중복상장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이마트와 신세계푸드 간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기업 운영의 투명성도 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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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푸드가 그룹 모태였던 급식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사업 재정비에 힘을 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서고 있어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은 신세계푸드 이천공장. /신세계푸드 |
특히 신세계푸드가 올해 들어 전방위적 사업 재정비를 추진하는 만큼 이마트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린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1979년 세워진 '한국신판주식회사'를 전신으로 한다. 이후 1986년에는 신세계백화점 특판사업부 케이터링사업팀을 꾸렸고, 삼성그룹 구내식당에서 업계 최초 위탁 급식사업을 전개했다. 1990년대 우리나라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급식사업도 호황을 맞았다. 이에 신세계는 지난 1995년 별도 법인인 '신세계푸드시스템'을 선보였다. 10년이 흐른 2006년에는 현재의 '신세계푸드'로 사명을 바꿨고, 기존 급식사업에서 식자재 유통과 외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1조5348억원을 기록했다. 그중 급식사업부는 전체의 약 18% 수준인 275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푸드 급식사업부는 삼성웰스토리와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 프레시웨이에 이은 업계 5위였다. 신세계푸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급식사업을 전개했지만, 대기업 중심으로 후발주자가 난립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신세계푸드는 올해 3분기 누계 매출(연결 기준)이 9195억원으로, 전년 동 기간(9566억원) 대비 3.9% 감소했다. 신세계푸드 주력 사업군인 제조서비스 부문과 매입유통 부문 모두 역성장을 나타내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신세계푸드는 제조서비스 부문에서 급식사업과 베이커리, 외식을 영위한다. 매입유통 부문에서는 식자재 유통과 가정간편식(HMR) 납품이 주를 이룬다.
신세계푸드는 수출 비중이 거의 없어 사실상 내수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있고, 고환율 여파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신세계푸드의 원료 수급에도 차질이 생겼다. 신세계푸드의 농산물·축수산물·가공식품 등 원재료 부담도 계속해서 커지는 실정이다. 이는 신세계푸드가 모태인 급식사업을 떼어낸 배경이기도 하다.
신세계푸드의 지난해 원재료 매입액은 6890억원으로, 전년(6261억원) 대비 10.0% 증가했다. 올해 3분기 원재료 누계 매입액도 전년 동 기간(4795억원)에서 5.7% 뛴 5069억원을 나타냈다. 급식사업의 원재료인 식자재 매입 부담이 커질수록 신세계푸드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신세계푸드는 급식사업 외에도 전방위적 사업 재정비에 들어간 상태다. 우선 미국 본사와의 계약 종료로 음료 브랜드인 '스무디킹'의 국내 사업을 철수했다. 2023년 선보인 식물성 대안식 레스토랑 '유아왓유잇' 매장 사업도 현재 중단했다.
그러면서 신세계푸드는 자체 햄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 버거'에 주력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서울, 수도권, 부산 등에서 노브랜드 버거 사업설명회를 열어 가맹점 늘리기에 나섰다. 특히 자본금 1억원 미만으로 초소형 매장을 낼 수 있도록 고안하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기존 4주에서 3주로 단축해 예비 점주들의 부담을 낮췄다. 신세계푸드는 현재 노브랜드 버거 매장만 300여곳에 뒀으며, 그중 가맹점만 약 90% 비중에 달한다.
신세계푸드가 모태인 급식사업부 매각에 이어 외식 사업마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어 실적 변동은 불가피하다. 이는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주식을 공개 매수하고, 완전 자회사로 품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사업 구조를 외식사업과 식자재 유통으로, 이원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초 프랑스 베이커리인 '보앤미'의 국내 사업을 론칭, 건강빵 트렌드를 알린 바 있다. 식자재 유통에서는 스타벅스 등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에 더욱 집중하여 수익성을 올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신세계푸드가 모회사 품으로 완전히 들어가게 된 만큼 이마트의 전략적 투자처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신세계푸드는 지난 10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인 씨앤씨인터내셔널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신세계푸드는 경영권 없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는 신세계푸드가 사업 다각화보다는 성장성이 높은 K-뷰티 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점을 보여준다.
이마트는 "신세계푸드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의사결정 구조를 단일화하고, 신속하고 과감한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겠다"며 "상장유지 비용과 실적변동에 대한 압박을 벗어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중장기적인 사업재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tellme@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