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1세대 연극 스타' 배우 윤석화가 영면에 들었다.
고(故) 윤석화의 영결식이 21일 오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예술인 7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날 조사를 낭독한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은 "고인은 누구보다 불꽃 같은 삶을 살았고, 누구보다 솔직하고 멋진 예술가였다"며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뛰어노시길 기원한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영결식을 마친 뒤 유족과 동료들은 고인이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운영했던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현 한예극장)로 이동해 노제(장례 절차 중 한 과정으로 상여가 장지로 가는 도중 거리에서 지내는 제사)를 치렀다. 고인의 노제는 윤석화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관했다.
오전 10시쯤 진행된 노제에는 영하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배우 박정자와 손숙을 비롯해 프로듀서 박명성, 연출가 손진책,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병국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 동료 예술인과 관계자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은 추도사를 통해 "윤석화 선생님은 연극을 '대답될 수 없는 대답을 던지는 예술'이라 말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건네고 그 질문이 삶 속에서 계속 이어지길 바랐던 분"이라며 "선생님에게 연극은 언제나 '가장 진실한 땅'이었다"고 애도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무대에 대한 열정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연기 인생을 살았던 한 명의 배우이자 한 시대의 공연계를 이끈 위대한 예술가를 떠나보낸다"며 "그가 남긴 무대와 질문, 예술과 사람을 향한 사랑은 한국 공연예술의 역사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 숨 쉴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도사 이후에는 고인이 2003년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출연했던 최정원, 배해선, 박건형 등 후배 배우들이 정훈희의 '꽃밭에서'를 함께 부르며 고인을 기렸다. 노제를 마친 뒤 고인은 장지인 용인 아너스톤에 안장돼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이후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통해 1980~90년대 연극계의 전성기를 이끌었으며, 박정자 손숙과 함께 '1세대 연극 스타'로 불렸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명성황후',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약도 펼쳤다.
2000년대 이후에는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연극 '마스터클래스' 등을 직접 연출 및 제작하며 제작자로서의 역량도 보여줬다. 1994년에는 돌꽃컴퍼니를 설립했고, 1999년에는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1990년대에는 CF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기도 했다.
고인은 연극인 복지에도 힘썼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 재임 시절 연극인 자녀 장학사업 등 복지 향상에 앞장섰고, 입양기관 지원과 미혼모 자립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꾸준히 열며 무대 위에서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려 노력했다.

윤석화는 지난 2022년 10월 악성 뇌종양 수술을 받은 뒤 투병하던 중 지난 19일 가족과 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향년 69세.
이로써 2023년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우정 출연한 것이 고인의 생전 마지막 무대가 됐다.
정부는 고인의 예술적 공로를 기리기 위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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