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고령화 심화→생산성 악화
AI 기술 확산…건설업 전반 혁신 핵심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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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산업에서 AI와 로봇 기술 확산이 거세지고 있다. 제조·의료·금융 등 핵심 분야는 이미 AI를 미래 경쟁력 중심축으로 삼아 대대적 전환에 나섰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
[더팩트|이중삼 기자] 전 산업에서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확산이 거세다. 제조·의료·금융 등 핵심 분야는 이미 AI를 미래 경쟁력 중심축으로 삼아 대대적 전환에 나섰다. 정부와 기업이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그러나 건설업은 기술 전환 흐름에서 한발 늦다. 노동 의존적 구조 탓이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AI 기술 확산에 힘을 쏟고 있지만,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디지털 전환과 생산성 향상은 답보 상태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AI를 건설산업 혁신의 출발점으로 보고,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AI 기반 경영혁신 로드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4일 발표한 '건설동향 BRIEF'에서 "AI 대응은 산업계 전반의 필수 과제"라고 진단했다. AI 활용이 제조·에너지·금융 등에서 빠르게 확장하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Stanford HAI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민간 AI 투자액은 339억 달러(약 49조원)로 전년 대비 18.7% 늘었다. 2029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국내 시장도 올해 3조4300억원에서 2027년 4조46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국가적 대응체계를 가동 중이다. 중국은 'AI+액션플랜'을 통해 산업 전반 디지털화·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독일은 'AI 국가전략'으로 산업·연구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도 국가 AI 포털 운영에 나서며 기술 역량 확대 정책을 쏟아내는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9월 8일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출범시켜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정책 조정·실행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AI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자 안보 역량"이라며 "AI 3대 강국 비전은 미래 생존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 건설업만 예외…생산성 20년간 사실상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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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건설산업에서 AI 기술 확산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다만 전략 없이 접근하면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박헌우 기자 |
그러나 건설업만큼은 예외에 가깝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는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건설기술은 2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글로벌 42개국의 건설 생산성은 2000년부터 2022년 연평균 0.4% 증가에 그쳤다"고 전했다. 프리캐스트·OSC 제조에 자동화가 집중된 탓에 정작 현장 자동화는 사실상 제자리라는 분석이다.
AI 투자가 절실하지만 국내 건설업 환경은 녹록지 않다.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고령화 심화로 현장 인력의 역량도 저하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투자는 올해 약 9% 감소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2021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단순한 경기 조정이 아닌 장기침체로 규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도 구조적 부담으로 겹친다.
현재 대형사들은 AI 기술을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건설현장 관리에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투입하며 자동화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자체 브랜드 아파트에 AI 기반 주차 시스템을 처음 적용했고, AI 시뮬레이션 기술로 시공계획 자동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AI 기반 계약문서 분석시스템을 개발해 해외 프로젝트의 방대한 문서를 정밀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사에 AI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은다. 건산연은 'AI 시대 건설기업 경영혁신 방향' 보고서를 통해 "건설사의 사업 전 과정을 고려하면 AI 활용은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경영관리 역량 강화를 요구받는 업계 특성상 AI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AI 확산에 성공한 기업은 수익률이 평균 수십 퍼센트 오를 수 있지만, 전략 없이 접근하면 실패 위험도 크다"고 경고했다.
AI 확산을 위한 건설사 경영혁신 방향으로 명확한 로드맵 구축을 꼽았다. 준비-기획·설계-실행-확산으로 이어지는 단계별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건산연 관계자는 "AI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내부 환경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며 "변화하는 경영환경을 정확히 예측한 뒤, AI와 결합한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건설기업 생존의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