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에서 600점 이하가 오히려 저금리…기업대출–주담대 금리 역전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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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 정책이 강회되면서 은행권에서 저신용자 금리가 고신용자보다 더 낮거나,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보다 기업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시장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정부 주도의 ‘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 정책이 강화되면서 일부 은행권에서 저신용자의 금리가 고신용자보다 더 낮거나, 담보가 있는 주택담보대출보다 기업대출 금리가 더 낮아지는 ‘시장왜곡’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위험 기반 가격 책정(RBP·Risk-Based Pricing)이 흐트러지면 고위험 차주로 자금이 과도하게 유입되고, 장기적으로는 부실 누적과 금융 안정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10월 기준 신한은행의 개인 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출자 가계대출 금리는 5.48%로,800~751점(5.69%)보다 0.21%p, 750~701점(6.16%)보다 0.68%p,700~651점(6.73%)보다 1.25%p 각각 낮았다.650~601점(7.56%)과 비교하면 무려 2.08%p 낮다.
SC제일은행 역시 600점 이하 대출자의 금리는 4.91%로, 850~801점(5.44%), 800~751점(5.13%), 750~701점(5.55%), 700~651점(5.01%), 650~601점(4.97%)보다 낮았다.
지방은행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된다. iM뱅크는 600점 이하 구간이 4.65%로, 상위 신용구간인 900~851점(4.73%)보다도 낮았으며, 부산은행의 600점 이하 금리는 6.90%로 700~651점(7.68%), 650~601점(7.05%)보다 낮았다. 제주은행도 600점 이하 금리(5.95%)가 650~601점(9.61%)보다 낮게 나타났다.
기업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역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기업 ‘일반자금대출’ 금리가 일부 구간에서 주담대 금리보다 낮아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는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4.25%지만 기업 일반자금대출 금리 4.62%로 기업대출이 더 높았으나,올해 7월에는 기업 일반자금대출 4.03% 변동형 주담대 4.05%로 일부 구간에서 역전이 발생했다. 9월에도 중소기업대출 금리(3.82~3.99%)가 시중은행 주담대 평균(4.02~4.30%)보다 낮은 구간이 이어지며 정상적 수익구조와 다른 금리 구조가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기업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연체율·부실위험이 높게 나타나는 만큼,기업대출 금리가 주담대보다 낮아지는 것은 위험 대비 가격 구조가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해석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금리 구조의 왜곡이 정책적 목적과 시장금리 체계가 충돌하면서 발생한 결과라고 본다.
생산적 금융은 기업·산업·혁신부문에 대한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포용 금융은 취약차주·저신용자에 대한 금리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 방향이다.이 목표가 평가·감독·정책 인센티브와 결합되면서,은행들이 해당 차주군의 금리를 시장이 산출한 수준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향으로 압력이 형성된다는 분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생산적 금융과 포용 금융의 취지는 분명 긍정적이지만,금리가 위험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정책 목적에 맞춰 인위적으로 조정될 경우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9월 기업성장포럼에서 "현재 환경에서 재무적으로만 보면 은행 입장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기업금융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생산적 금융 확대 자체는 동의하지만,기업금융은 본질적으로 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혁신 금융상품 정의·리스크 완화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시장 왜곡을 줄이기 위해정책 목적과 시장금리를 분리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즉, 금리는 은행이 위험을 반영해 정상적으로 산출하고 저신용자·취약차주 지원은 정부 재원·보증·이자보조로 해결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저신용자 금리가 정상적으로 12% 산출되면정부가 3%p를 이차보전(보조)해 차주는 9%만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금리는 시장이 결정하고, 정책효과는 예산·보증을 통해 달성하는 구조다.
해외 사례도 이 같은 체계에 가깝다.미국 FHA 대출은 민간은행이 대출을 실행하고, 차주가 FHA 모기지보험(MIP)을 납부하면 연체 시 손실을 정부가 보전하는 구조다.일본은 주택금융지원기구(JHF)의 ‘플랫 35’ 같은 장기 고정금리 상품에 더해, 지방자치단체가 금리의 1~2%p를 보조하는 제도를 운영한다.은행 금리를 직접 억누르지 않고 정부가 보증·보험·보조를 통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모델이다.
기업대출(생산적 금융) 확대의 경우에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위험 대비 적정 금리를 산출할 수 있도록 기업 회계 투명성 강화,세금·공급망·거래데이터 등 비재무정보 접근성 확대,IP 담보·매출채권 보험 같은 담보 대체제 제도화 등이 필요하다"면서 "기업 정보 비대칭성이 줄어들면 위험이 낮아져, 금리가 자연스럽게 인하되는 ‘정상적 금리 구조’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