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한란', 잊지 말아야 할 제주 4·3의 아픔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5.11.23 00:00 / 수정: 2025.11.23 00:00
1948년 제주 4·3 당시 한라산으로 피신한 모녀의 험난한 여정
김향기·김민채의 눈부신 열연…자연 풍경도 볼거리
26일 개봉하는 한란은 1948년 제주 4·3 당시 한라산으로 피신한 모녀의 생존 여정을 통해 꺾이지 않는 생명의 고귀함과 삶의 위대함을 그린 작품이다. /㈜트리플픽쳐스
26일 개봉하는 '한란'은 1948년 제주 4·3 당시 한라산으로 피신한 모녀의 생존 여정을 통해 꺾이지 않는 생명의 고귀함과 삶의 위대함을 그린 작품이다. /㈜트리플픽쳐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무심코 자신도 모르게 지나쳐 온 과거의 아픔들과 비극적인 순간들이 있다. 그중의 한 페이지를 용기 있게 펼쳐서 밀도 있게 담아낸, 절대 잊혀서는 안 될 시간을 자세하게 들여다본 '한란'이다.

오는 26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한란'(감독 하명미)은 겨울에 피는 한라산의 난초를 뜻하는 단어로, 1948년 제주 4·3 당시 한라산으로 피신한 모녀의 생존 여정을 통해 꺾이지 않는 생명의 고귀함과 삶의 위대함을 그린다.

김향기(위쪽)는 딸을 구하기 위해 하산을 하는 강인한 모성애를 지닌 엄마 아진 역을, 김민채는 아진의 딸 해생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트리플픽쳐스
김향기(위쪽)는 딸을 구하기 위해 하산을 하는 강인한 모성애를 지닌 엄마 아진 역을, 김민채는 아진의 딸 해생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트리플픽쳐스

작품은 1948년 제주, 토벌대를 피해 한라산으로 피신하면서 6살 딸 해생(김민채 분)과 생이별하게 되는 26살 아진(김향기 분)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마을에 시어머니와 딸을 두고 남편을 찾으러 떠난 그는 군인들이 마을을 전부 불태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딸에게 가기 위해 하산을 결심한다.

군인들에 의해 죽은 할머니를 옆에서 지켜본 해생은 집에서 숟가락 세 개와 밥그릇 하나 그리고 콩을 야무지게 챙겨서 홀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해생을 구하러 가는 아진과 그런 아진을 만나러 가는 해생, 그렇게 엄마와 딸의 목숨을 건 여정이 시작된다.

'한란'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첫 연출 데뷔작 '그녀의 취미생활'로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2관왕을 받은 하명미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한란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을 다룬다. /㈜트리플픽쳐스
'한란'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많은 주민들이 희생된 사건을 다룬다. /㈜트리플픽쳐스

무엇보다 '한란'은 김향기의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다. 그는 1948년 제주 4·3을 겪은 26살의 아진과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을 잘 연결해 줄 수 있는 다리로 오직 김향기만을 떠올렸다는 하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보답하는 활약을 보여주며 극을 묵직하게 이끈다.

혼란하고 비극적인 제주의 한가운데에 선 모성애 강한 엄마가 된 김향기는 제주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관객들을 1948년의 제주로 이끈다. 또한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처한 두려움부터 그럼에도 딸을 만나러 가기 위해 목숨 걸고 하산하는 강인한 엄마의 얼굴까지, 인물이 느끼는 극한의 감정을 과장되지도 그렇다고 너무 담백하지도 않게 그려내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아진의 딸 해생으로 분한 김민채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그는 김향기와 같은 그림체로 귀여움을 자아내고, 안정적이고 섬세한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특히 그는 대사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애처로운 눈망울에 인물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담아내며 작품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한란'은 결코 감정에 호소하거나 메시지를 강요하는 작품이 아니다. 산과 바다 등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그동안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과거의 아픔들을 있는 그대로 펼쳐낸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생생하게 표현되면서 그 자체로 관객들에게 더 짙은 여운과 먹먹함을 선사할 뿐이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8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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