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위즈 논란 이후 잠행했던 김 부회장, 다시 전면으로
내실형 CEO와 외부형 창업자…투톱 체제의 재부상
![]() |
| 김형년(오른쪽) 두나무 부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디콘(D-CON) 2025' 첫 세션에 메인 패널로 참석해 가상자산 시장 전망과 글로벌 규제 환경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지웅 기자 |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이 최근 연이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퓨쳐위즈 관련 논란 이후 한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해온 김 부회장이 두나무 행사에 패널로 참여하자, 업계는 이를 두나무 리더십 구조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2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김형년 부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디콘(D-CON) 2025' 첫 세션에 메인 패널로 참석해 가상자산 시장 전망과 글로벌 규제 환경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두나무 측은 "김 부회장의 패널 참여가 처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수년간 외부 무대에 거의 서지 않았던 김 부회장의 등장 자체를 업계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김형년 부회장은 두나무 지분 약 13.1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송치형 회장과 함께 두나무를 설립한 공동 창업자다. 초창기 두나무의 기술·사업 전략을 송 회장이 주도했다면, 김 부회장은 조직 운영과 사업 확장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 왔다. 두 사람은 2012년 공동 창업 이후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투톱 구조를 유지해왔으며, 현재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22년 김 부회장은 과거 자신이 창업한 퓨쳐위즈(현 두나무 자회사)가 코인 리딩방 운영사 '트리거' 지분을 보유해온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두나무 자회사인 퓨처위즈는 트리거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진화에 나섰다. 같은 해 김 부회장 역시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두나무 사내 이사직에서 물러나 외부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였다.
이후 좀처럼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던 김 부회장이 올해 들어 대외 활동을 빠르게 늘리면서, 두나무의 내부 리더십 재편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7월 두나무의 대표가 이석우에서 오경석으로 교체된 점도 배경으로 지목된다. 기자 출신인 이석우 전 대표가 대외 메시지와 이미지 구축에 적극적이었다면, 회계사·법조인 출신의 오경석 대표는 규제 준수, 내부 통제, 리스크 관리 등 '내실 강화'에 더 방점을 찍는 스타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따라 내부 운영은 대표가 맡고, 대외 전략·이미지는 김 부회장이 담당하는 투톱 체제로 리더십 재정렬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
| 김형년(왼쪽) 두나무 부회장이 지난 7월 29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 집무실에서 팜 민 찐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베트남 정부 |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김형년 부회장은 원래 공식 석상에 거의 서지 않던 인물인데 최근 토론회 패널까지 맡는 건 확실한 변화"라며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협업,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앞으로 사업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두나무가 내부·외부 역할을 재조정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오경석 대표가 조직 안정과 규제 대응에 집중한다면, 외부 이미지는 김 부회장이 담당하는 구조로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날 디콘 2025에서도 김 부회장은 국내 규제 환경에 대한 직설적 발언을 쏟아내 주목받았다. 그는 "규제로 시장을 억누르면 투자자들은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에 기회를 찾으러 나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두나무의 글로벌 전략과 해외 시장 분석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남미 국가들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기반 환전·결제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두나무도 투자 검토를 했지만 변동성이 커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네트워크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김 부회장은 이은형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함께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접견해 디지털자산 시장 제도화와 생태계 구축 방향을 논의했다. 베트남 정부가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 정비에 착수한 상황에서 업비트의 기술력과 운영 경험이 주목받으며, 두나무의 아시아 시장 교두보 확보 가능성도 제기된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김형년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두나무가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사업까지 염두에 둔 확장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김 부회장이 직접 베트남 등 해외 정부 고위급과 접촉하고 글로벌 시장 이슈를 언급하는 것은 향후 해외 사업을 중심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