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전설' 로리 맥길로이, 셰플러와 양강구도 '주목' [박호윤의 IN&OUT]
  • 박호윤 기자
  • 입력: 2025.11.20 00:00 / 수정: 2025.11.20 00:00
유럽투어 4연패 및 7회 우승
그랜드슬램, 라이더컵 원정승리...우즈 이후 유일의 '완성된 전설'
셰플러와 양강구도 '흥미진진'

올시즌 레이스 투 두바이에서 우승, 4연패에 성공한 로리 맥길로이가 해리 바든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두바이(UAE)/AP.뉴시스
올시즌 레이스 투 두바이에서 우승, 4연패에 성공한 로리 맥길로이가 해리 바든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두바이(UAE)/AP.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로리 맥길로이(36 북아일랜드)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50)와 띠동갑도 넘는 나이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우즈의 대항마로서, 또 ‘포스트 우즈 시대’ 세계 골프계를 이끌어 갈 황태자로서 자타가 공인해 온 선수다. 그런 그가 명성에 걸맞게 해마다 최고의 유럽선수에게 주어지는 ‘레이스 투 두바이’ 타이틀을 4년 연속 차지하며 2025년 시즌을 역대급으로 마무리했다.

맥길로이는 지난 16일 UAE 두바이의 주메이라 골프코스에서 끝난 DP월드 투어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 끝에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에 아쉽게 정상을 내줬지만 올시즌 11개 대회에서 5975.06포인트를 획득, 마르코 펜지(잉글랜드 4008.04포인트)를 넉넉하게 제치고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로써 맥길로이는 4년 연속이자 통산 7번째 ‘레이스 투 두바이’의 주인공이 됐다. 유럽투어의 상징이자 전설로 일컬어지는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의 6회 우승을 넘어 섰고 역대 최다인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의 8회 기록에 한 발짝 만을 남겨 놓게 됐다.

맥길로이는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바예스테로스의 아내 카르멘과 대화를 나눴다고 소개한 뒤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 정말 멋진 느낌"이라고 말하고 "몽고메리의 기록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 졌다. 아마 몇 년은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고 언젠가 그의 기록을 따라잡고 능가하고 싶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로리 맥길로이(가운데)가 레이스 투 두바이 시상식이 끝난 뒤 아내 에리카 스톨(오른쪽), 딸 포피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두바이(UAE)/AP.뉴시스
로리 맥길로이(가운데)가 레이스 투 두바이 시상식이 끝난 뒤 아내 에리카 스톨(오른쪽), 딸 포피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두바이(UAE)/AP.뉴시스

이렇듯 2024~25시즌은 맥길로이에게 있어 ‘제2의 전성기’이자 ‘서사와 실력, 정신력’이 모두 맞아 떨어진 역대급 시즌이라 평가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듯싶다. 맥길로이가 올시즌에 이뤄낸 업적들을 다시 한번 정리한다.

1.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완성(마스터스 우승)

맥길로이는 지난 4월 마침내 마스터스토너먼트를 제패, 역사상 단 5명에게만 허락되었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여섯 번째 주인공이 됐다. 3대 메이저를 모두 우승했음에도 마스터스 그린재킷만 차지하지 못해 그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왔으나 2015년 이후 무려 11번의 도전 끝에 이뤄낸 데다 그것도 저스틴 로즈와의 연장 접전 끝에 극적으로 완성해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마침내 진 사라센,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러스, 그리고 타이거 우즈 등 이름만으로도 전설적인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2. 더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마스터스보다 한 달 앞선 3월에는 제5의 메이저로 일컬어지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도 차지했다. 이 또한 J J 스폰과의 3홀 연장 접전 끝에 우승, 지난 2019년 이후 6년 만에 두번째 타이틀 홀더가 됐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포인트는 750점으로 메이저대회와 같지만 상금은 2,500만달러로 메이저대회 보다 훨씬 많아 투어 선수들이 메이저 타이틀 못지 않게 평가를 하고 있는 대회다.

3. 암젠 아이리시오픈 우승(극적인 이글-연장 우승)

맥길로이는 9월 초 자신의 고향 근처인 더블린의 킬데어에서 열린 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을 차지, 자신의 DP월드투어 20승째를 기록했다. 올 들어 마스터스 우승 및 커리어그랜드슬램 달성,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등 절정의 기량을 과시한 덕에 역대급 갤러리가 운집한 고향 무대에서 더욱 감동적인 스토리를 완성함으로써 "클러치 상황에서 특히 강한 선수"로서의 입지를 더욱 다졌다는 평가다.

첫날 공동 50위에서 둘째 날 공동 3위로 도약했던 맥길로이는 4타차 공동 4위로 맞이한 최종 라운드 마지막 18번홀의 극적인 이글로 연장 승부를 이끌어 낸 뒤 세번째 홀에서 버디를 낚아 요아킴 라게르그렌(스웨덴)를 제압, 홈 팬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4. 라이더컵 원정 승리 주역

유럽과 미국의 자존심이 걸린, 그래서 광적인 응원 등으로 늘 ‘사건, 사고’가 많은 라이더컵은 왠만하면 홈 코스 절대 우세가 깨지지 않는 전통이 유지되곤 한다. 그런데 올해 라이더컵은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열렸음에도 원정팀 유럽이 미국을 15-13으로 제압하고 2023년 로마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이자 2012년 이후 13년 만에 원정 승리의 감격을 안았다.

이 중심에 맥길로이가 있었다. 맥길로이는 비록 마지막 날 싱글매치에서 라이벌인 스코티 셰플러에 패했지만 토미 플리트우드와 짝을 이룬 포볼, 포섬에서는 이틀간 3승1무를 기록해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연초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마스터스 우승, 올림픽 메달, 그리고 라이더컵 원정 승리"라고 했던 맥길로이는 올해 자신의 주요 목표 2가지를 한꺼번에 달성한 셈이다.

5. 레이스 투 두바이 4연패+통산 7회 우승

서두에 언급한 바 대로 맥길로이는 유럽의 새로운 전설로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레이스 투 두바이 4년 연속 정상 등극과 함께 세베 바예스테로스의 6회 우승을 넘어 7회를 달성했고 이제 한 번만 더 트로피를 차지하면 콜린 몽고메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현재의 기량과 나이 등을 감안하면 맥길로이가 몽고메리를 넘어설 것은 명약관화하며 어쩌면 당분간 다른 선수들이 넘보기 힘든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DP월드 투어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을 펼친 로리 맥길로이와 맷 피츠패트릭이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피츠패트릭이 연장 첫 홀에서 승리, 투어챔피언십에서만 세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두바이(UAE)/AP.뉴시스
DP월드 투어챔피언십에서 연장 접전을 펼친 로리 맥길로이와 맷 피츠패트릭이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피츠패트릭이 연장 첫 홀에서 승리, 투어챔피언십에서만 세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두바이(UAE)/AP.뉴시스

이상에서 살펴본 바, 맥길로이는 기록적인 측면에서 최고의 한해를 보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2025년 시즌의 맥길로이가 더욱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우승 등 단순한 기록만이 아니라 ‘결정적인 서사적 완성’이 동시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우선 맥길로이는 자신의 커리어에 가장 크게 뚫려 있던 구멍을 메우는데 성공했다. 즉 10년을 넘게 마음의 짐으로 작용했던 마스터스 그린 재킷을 입은 것이다. 이로써 그는 타이거 우즈 이후 유일한 ‘완성된 전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동시에 폭발적인 퍼포먼스에 비해 결정적인 순간 멘탈이 다소 문제점으로 노출됐었으나 이 또한 훌륭하게 극복해 냈다. 이런 성숙된 변화가 적진 깊숙한 곳에서 펼쳐진 라이더컵에서 흔들림없는 승리를 일궈내는 것으로 결말지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서른 후반에 접어 드는 맥길로이는 체력과 기량은 유지되면서 경험과 멘탈, 그리고 코스 전략 등이 더욱 강해지는 ‘제2의 전성기’에 접어 들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맥길로이는 향후 3~5년 동안은 현재의 막강한 실력과 영향력이 지속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 1~2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추가할 것이고 지금 처럼 PGA투어와 DP월드투어를 병행한다면 몽고메리의 기록을 넘어 서는 것은 시간 문제다. 또 그는 이미 유럽투어의 정신적 에이스이며 라이더컵의 상징적 리더로서 흔들림없는 입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현재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와 펼치고 있는 라이벌 구도는 더욱 심화돼 앞으로 상당기간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3~4년간 흔들림 없는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셰플러는 내년 시즌에도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막강 전력을 과시할 것이고 위에 언급한 바 처럼 맥길로이도 더욱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돼 메이저 대회 또는 시그니처 이벤트 등 특급 대회마다 펼쳐지는 이들간 첨예한 경쟁이 전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을 전후한 시기,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 간의 라이벌 구도를 능가할 수도 있다.

'우즈급 반열'에 올라 자신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셰플러를 맥길로이가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둘이 PGA무대를 양분하는 ‘동시대 GOAT 구도’가 될 것인가, 벌써 내년 시즌이 궁금해 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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