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분야건 AI가 최대 화두인 시대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영화 음악 광고 할 거 없이 AI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해 현실과의 간극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인간이 만든, 인간을 닮은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더팩트>가 AI 콘텐츠를 살펴보고 생성형 AI 툴로 음원 만들기에 도전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최근 AI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AI 콘텐츠라고 해서 직접 촬영 없이 100% 생성형 AI 툴로만 만들어지는 건 매우 드물다. 기술이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AI로만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그런 가운데 단 한 장의 사진을 원천으로 전체 영상을 AI 툴로 제작한 뮤직비디오가 있어 눈길을 끈다.
배우 겸 가수 유현우는 지난 9월 새 싱글 'No control(노 컨트롤)'을 발표하면서 사진 단 한 장을 기반으로 전체 영상이 AI로 제작된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 뮤직비디오는 영화 '노브레싱', '공기살인'을 연출한 조용선 감독이 오직 생성형 AI 툴만 사용해 사랑의 기억이 이식된 킬러 AI 로봇의 혼란을 담아냈다.
조용선 감독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AI 불신론자"였다. 그런데 이젠 "AI의 한계는 없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 계기가 'No control' 뮤직비디오다.
"AI 툴로 긴 호흡의 영상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3분에서 5분짜리 스토리를 풀로 AI로 만든 작품이 거의 없고 완성도도 떨어지거든요. 실존에 가깝게 하려고 했고 카메라 기종, 필터나 렌즈 값까지 다 설정했어요. 그 설정에 따라서 결과물이 다 달라요. 감정도 다 대입했고요. 이게 사실 노가다 같은 작업이에요.(웃음)"
조 감독은 유현우의 이미지에 상황과 감정 등을 넣어 캐릭터를 구축하고 거기에 스토리를 입혔다. AI 툴도 여러개를 사용했다. 인물 구현에 강점인 툴이 있고, 폭파 신 등 극적인 장면을 잘 뽑아내는 툴이 또 따로 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각 신에 최적화된 툴로 장면들을 만들어내 연결했다. 그렇게 현실과의 간극을 좁혔다.
"한 장면에 4개의 프롬프트가 필요해요. 캐릭터를 뽑고 상황의 이미지를 뽑고 그걸 갖고 와서 장비를 만든 뒤에 최종적으로 만들어내는 거죠. 한 번에 할 수도 있는데 밀도가 높지 않아요. 그렇게 해도 호흡의 연결성을 가져가는 게 어려웠어요. 그나마 뮤직비디오는 이미지와 캐릭터를 상황에 대입하다 보니까 숨겨서 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렇다면 유현우는 AI로 탄생한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봤을까. 그는 "솔직히 처음엔 좀 어색했다. 그런데 보다 보니까 직접 찍지도 않았는데 제 표정이나 분위기가 담겨 있어서 신기하더라. 마치 다른 시공간의 내가 스크린 속에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눈빛이나 미세한 표정이 제 습관이랑 비슷해서 놀랐다"고 감상평을 말했다.
이어 "키스신을 실제로 찍은 게 아닌데도 뭔가 묘하게 설레더라. 내가 한 것도 아닌데 나 같고, 아닌 것도 같고. AI로 구현된 장면이라 더 신비한 감정이었"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기술이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싶었지만, AI가 예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확장시키는 거라는 걸 느꼈다. 저처럼 배우나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도 표현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 물론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의 감정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감독도 대체가 아닌 확장을 얘기했다. 아무리 정교하게 프롬프트를 만들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감정과 스토리텔링을 구현할 수 없어서다.
"시간과 비용 등 물리적인 부분에서 극복은 되지만 장편화된 스토리텔링을 하는 건 아직 멀었어요. 스토리텔링과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어렵거든요. AI가 매 장면마다 리셋을 해버리거든요.(웃음) 그래서 감정을 담고 이어가는 것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도 장점을 잘 이용하면 표현하고싶은 한계성을 갤 수 있다는 점에서 놀라워요."
만약 이 뮤직비디오를 실제로 촬영했다면 비용이 천정부지로 뛴다. 조 감독은 "아마 이렇게 촬영한다고 하면 난 잘렸을 거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실제로 촬영한다고 하면 아마 준비 과정까지 한 3~4달 걸렸을 거예요. 그리고 제 스타일로 봤을 때 액수를 상상하기 어려워요. 현존하는 어떤 고가의 뮤직비디오보다 돈이 많이 들 거예요. 장소도 프랑스 미국 다 오가고 프롬프트에 비용이 말도 안 되는 장비들도 넣었거든요. 그런 거 다 포함하면 비용을 계산하기가 어려워요."
조 감독은 이 뮤직비디오를 본 이들이 "어색하긴 한데 잘 찍었네. 그런데 직접 촬영한 게 정말 하나도 없다고?"와 같은 반응을 보일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100% AI 툴로 스토리텔링이 있는 영상을 만들어내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까지 기대지는 말고 풍부하게 설득력있게 보여주는 정도로 AI를 활용하면 좋을 거 같아요. 그런데 또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만큼 AI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어서 매일이 다르거든요. 아무튼 이제 우리가 물리적 한계 때문에 못 한다는 건 핑계가 돼버렸어요. 그렇다면 콘텐츠의 가치를 어디서 찾을 것이냐는 질문이 남게 되죠."
조 감독은 AI 툴을 활용한다고 해도 실제로 촬영을 할 때의 스태프 구성을 갖춰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영화 촬영하는 거랑 똑같아요. 스토리를 만들고 콘티를 짜고 소품 등을 구성하고 카메라 기종과 각도까지 설정해야 완성도가 높아지거든요. 그러니까 각각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해야 결과물이 잘 나오죠. 그걸 한 장소에 모여서 할 수 있고 비용이 줄어든다는 거지 실제 촬영과 과정은 똑같다고 생각해요."
조 감독은 최근 한 웹툰 회사와 협업해 AI 툴을 활용해 스토리를 이미지화하고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AI 툴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습득하고 있고 "이제 한계는 없다"고 말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다음 영화를 만들 때 "100%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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