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월미도에서] 지방분권 개헌…내년 지방선거 국민투표 ‘여론’
  • 김형수 기자
  • 입력: 2025.11.10 13:20 / 수정: 2025.11.10 13:20
중앙·지방 경험 유정복 인천시장…시대정신 강조
지방 재정·입법 보장, 민주주의 새 지평 열 때
4일 민선 지방자치 30주년 특별기획 BJC 초청토론회에 참가한 (왼쪽부터) 유정복 인천시장,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토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4일 민선 지방자치 30주년 특별기획 BJC 초청토론회에 참가한 (왼쪽부터) 유정복 인천시장, 강기정 광주시장, 김관영 전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토론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민선 지방자치 30년을 맞이한 올해 지방분권 개헌이 화두다. 내년 제9회 지방선거 시점이 개헌 국민투표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앙정부의 예속에서 벗어나 재정·입법의 권한을 보장하는 지방자치의 자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균형 발전의 시너지를 응집해 나가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권력구조에 집중된 '87헌법 개정'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들도 비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5극 3특', '지방의회법' 제정을 제시하는 등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화하는 개헌 필요성에 동의한 바 있다.

유정복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인천시장)은 지난 4일 민선 지방자치 30년 기념 특별기획 한국방송기자클럽(BJC) 초청토론회에서 "지방분권 개헌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12일에는 국회에서 대한민국헌정회가 학계와 시민단체, 지방정부와 공동으로 '분권형 권력구조 헌법 개정 대토론회'를 개최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월 17일 '경실련 지방분권 실현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지역경실련협의회, 기관·단체 등과 '지방분권 개헌' 시민운동을 전개해 왔다. 최근 인천시, 인천시의회와 시민사회가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양, 지방분권 개헌 추진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BJC 초청토론회에서 "지역 특성을 살린 아이(i)드림 정책이 출생아 수를 늘렸고, 경제성장률 1위 도시 달성 등은 지역 맞춤형 정책으로 지방자치 필요성을 상징하는 성과"라며 "중앙 중심 정책으로는 지역소멸과 국가경쟁력 약화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시장은 민선 자치정부가 출범하던 1990년대 중반 군수·구청장·기초단체 시장을 거쳐 2013년 행정안전부·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중앙·지방정부를 오랫동안 이끌어오면서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경험한 정치 당사자이다.

BJC 토론회에 참가한 강기정 광주시장(시도지사협의회 감사)은 "광주다움 통합돌봄 사업 등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지역실정에 맞는 정책"이라며 "헌법에 지방분권을 명시하고, 중앙의 재정·입법·조직권 등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도 "특별자치도 승격에 따라 정부의 일부 권한이 이양되고 일자리도 늘어났다"며 "지방이 지원 대상이 아닌 혁신의 무대가 되기 위해서도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경주 APEC의 성과는 지방도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지방정부 외교의 새로운 모델이 됐다"고 평가하면서 "중앙의 '허락받는 정치'에서 지역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자치'로 변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이철우 지사가 말한 것처럼 '재정과 권한이 뒷받침 되는 지방자치'로 요약된다.

국회의사당 전경. /더팩트DB
국회의사당 전경. /더팩트DB

19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래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는 지속되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주민 직접 선출, 자치경찰제도, 지방분권특별법 제정, 주민소환·주민소송제 등 다양한 국정과제와 특별법이 추진됐지만 본격적인 지방분권의 성과는 미흡했다.

프랑스는 1980년대 초반 지방분권법을 제정하고 2003년 개정 헌법에 국가조직의 지방분권화와 권한 이양 등을 명시했으며, 일본은 2000년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해 지방분권을 통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선진 국가들의 지방분권 정책이 지방의 다양한 역량을 활용함으로써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이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나라의 지방행정 환경은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각 부서에 분산 집행되는 인구정책 복지 예산도 연 수십조 원에 달한다. 지방정부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재된 중앙정부의 의중을 살펴 손을 벌리는 형국이다. 지방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 나갈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국가 사무와 재원 분배가 중앙정부에 일방적으로 편향돼 지방 세원이 부족하다. 결국 지방은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자율적인 세원 확보가 힘든 실정이다. 재정분권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하는 이유다.

또한 지방에 둥지를 마련한 특별지방행정기관의 기관장이 대부분 중앙정부의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있어 지역을 파악하고 지역 발전을 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원활한 소통과 교류를 위해 자치단체장에게 인사 제청이 허용될 방안도 찾아야 할 부분이다.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지방 이양도 지방분권의 핵심 과제로서 중앙-지방정부가 공동으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지방분권을 통해 지역 실정을 감안한 자율적인 재정 확보 권한이 발휘되고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 큰 민주사회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인천은 인천시와 시의회, 시민단체 등이 지방분권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실련은 대통령 직속 국민소통기구 구성, 국회의 개헌특위 출범을 주장하고 있다. 중앙·지방행정의 난맥을 경험하고 거쳐 온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방분권이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지방분권 개헌 추진에 현장을 이끄는 시·도지사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

지방분권 개헌 여론이 총론으로 집약되는 시기에 한 단계 한 단계 각론을 찾아 접근해 가야 할 때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처럼 지방과 중앙의 몫이 미래 국가 발전의 새로운 종잣돈으로 활용돼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지식정보화 사회를 풍미하는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에서 지방분권이 중앙-지방정부의 상생과 민주주의의 역사적 지평을 열게 되길 바란다.

infac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