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형 현지화·다자 공급망 협력 전략'으로 관세 장벽 정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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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0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APEC 2025 CEO 서밋이 열린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50%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외국산 철강제품 수입 장벽 강화,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가운데 업계 맏형 포스코그룹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최근 마무리된 글로벌 빅 외교·경제 이벤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에서도 철강업계는 소외됐다.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던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됐지만, 자동차·조선업계만 불확실성을 해소했을 뿐 철강업계는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다만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의 민간외교 노력과 활발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 행보는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기반 활발한 '민간외교' 성과
장인화 회장은 철강 통상환경의 구조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국과 경제외교·사업 협력을 병행하며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포항제철소에서 회동을 갖고 포스코그룹과 호주 정부 간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호주 총리가 포스코를 방문한 것은 2003년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이후 22년 만이다. 이 자리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원 보유국으로, 핵심 광물 투자를 통해 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무한한 기회의 땅"이라며 "호주의 풍부한 자원은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한국과의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장 회장은 "호주는 철강을 넘어 이차전지 소재, 에너지 분야까지 미래 성장 산업을 함께 개척해 나가는 전략적 동반자"라며 "이번 방문이 양국 간 신뢰를 공고히 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장 회장과 앨버니지 총리의 면담에 앞서 호주를 대표하는 글로벌 원료기업 BHP와 탄소 감축 제철공법인 HyREX 기술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BHP는 HyREX 데모 플랜트의 시험 가동에 필요한 철광석 원료와 기술 노하우를 제공하게 된다. 포스코그룹은 BHP와의 협력을 글로벌 철강사와 원료공급사가 함께 하는 기후변화 대응 성공 사례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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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0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오른쪽)가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방문한 가운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
같은 날 장 회장은 '미래를 잇다: 공동 번영을 위한 포스코의 공급망 파트너십'을 주제로 한 APEC 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호주·일본과의 다자간 공급망 협력 내용과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장 회장은 그 전날(10월 29일)에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주재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희토류 중심의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APEC 기간 중 대통령 주최 만찬과 시진핑 주석 초청 만찬에도 참석해 글로벌 정·경제계 주요 인사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장 회장은 지난달 23일에는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5 밴플리트상'도 수상했다. 밴플리트상은 한미 간 이해와 협력, 우호 증진에 뛰어난 공헌을 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으로 장 회장의 글로벌 리더십과 네트워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 美 현지 협력 시너지 기대
장 회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완결형 현지화 전략'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전략은 시장이 존재하는 곳에 제철소를 짓고, 현지에서 제품 생산부터 부가가치까지 창출하겠다는 구상으로 현지 진출 시 필요하면 경쟁사와도 손잡아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그룹과 손잡고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공동 설립을 추진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내 고로 설비 능력 1위 철강사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가 포스코와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그룹은 미국 내 철강 제품을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단기적으로는 현지 철강사와 손잡아 신속히 시장에 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현대차그룹과 합작해 제철소를 설립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강화된 미국 관세 장벽을 돌파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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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자동차그룹 참석자들이 4월 21일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철강 및 이차전지 분야의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를 체결했다. 참석자는 왼쪽부터 현대자동차그룹 김현식 소재사업전략실장, 배성환 사업기획실장, 편광현 사업지원1실장, 기획조정본부장 한석원 부사장, 포스코홀딩스 미래전략본부장 이주태 사장, 이성원 에너지소재투자실장, 이원철 철강사업관리실장, 경영전략실 조표훈 상무보. /포스코그룹 |
원료광산부터 열연·냉연·후판까지 아우르는 일괄 생산 체계를 갖춘 미국 내 자동차강판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클리블랜드클리프스와의 협력으로 포스코그룹은 미국 내 조선용 후판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게 되며,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포스코 북미 생산법인과의 소재 공급, 자동차 강판 시장 공동 대응 등 다방면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처럼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경영 파트너십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특히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양국 기업 간 첫 협력 사례로서 상징성도 높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