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바야흐로 예산 시즌이다. 국회는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공청회를 시작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개시한다. 정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8.1% 불어난 728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관련 예산은 35조3000억 원,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예산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 원이 잡혔다. 내년도 국방 예산은 올해보다 8.2% 증액된 66조3000억 원이 편성됐다.
여당인 민주당은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 민생과 경제를 회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 원안을 사수한다는 방침이다. 재정 확대를 통해 지방 분권 강화와 소득 양극화, 저출생 등과 같은 굵직한 구조적 문제 해결과 취약계층·소상공인 등 지원하는 예산을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24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생계급여 인상, 경영안정바우처 지급,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등 예산이 정부안에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민생 예산이 아니라 '선거용 현금 살포 예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고려한 '매표 예산'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선심성 예산을 걷어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총지출이 급증하면서 재정 건전성도 우려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내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도 국가채무 규모는 1415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간 시각차가 커 예산 심사 과정에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국민의힘은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예산안 처리에도 협조하지 않을 태도다. 사실 예산안에 대한 야당의 철저한 견제가 따르기 마련이라 여당과 갈등이 생기는 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줄이는 건 당연하다. 해마다 국가부채를 증가시켜 청년 세대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야당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집권 여하에 따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불과 1년 전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에도 생계급여액, 소상공인 채무 조정 기금, 육아 휴직 급여 등 민생과 복지 분야에서 재정이 확대됐다.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과 약자 보호 강화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사업마다 예산 증가 폭이 다르더라도 '퍼주기식 포퓰리즘'이라는 지금의 태도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과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실 특수활동비가 윤석열 정부와 같게 책정됐는데도 별다른 말이 없다. 지난해에는 일방 삭감한 감액안을 밀어붙여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예산안을 처리했다. 예산안에 칼날을 휘둘렀던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의 과정에서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린 지역사랑상품권 증액을 줄기차게 요구했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의 반대로 관철되진 못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마다 예산안 처리는 진통을 겪어 왔다. 이번에도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킬 것이라는 기대도 낮을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깜깜이' 예산 배정도 근절해야 한다. 최근 의원회관에는 예산 민원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표를 의식해 지역구 숙원사업 예산을 따내기 위한 '쪽지 예산' 주고받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꼭 표에 있어서 만큼은 여야가 한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