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77% 폭락 '블랙 먼데이' 후 14개월 만
![]() |
| 미국 대체거래소 블루오션의 일방적인 대규모 주식 취소 사태로 중단됐던 국내 증권사들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가 4일부터 재개된다. /더팩트 DB |
[더팩트|이한림 기자] 국내 투자자들이 오늘(4일)부터 낮 시간대에도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8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블랙 먼데이' 당시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에서 약 6300억원 규모의 거래가 일방적으로 취소돼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거래가 전면 중단된 지 약 14개월여만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18곳은 이날부터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국내 투자자들이 오전 9시(이하 한국 시간)부터 오후 5시까지 해당 증권사 트레이딩시스템(TS)을 통해 미국 주식을 거래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투자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1년 여만에 다시 낮 시간에도 미국 주식을 사거나 팔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하면서도, 중단 당시 받았던 피로감에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1년 넘게 멈춰왔다. 지난해 8월 5일 '블루오션 사태' 이후 대규모 투자자 피해는 물론, 국내 증권사와 미국 블루오션간 책임 공방까지 펼쳐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당국의 권고 하에 거래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블루오션 사태는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해 8월 5일 오후 2시 45분부터 약 1시간 30분동안 접수한 9만여 계좌의 거래에 대한 모든 주문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거나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투자자들은 폭락장에서 제때 주식을 팔지 못해 손실을 보거나 체결된 줄 알았던 주문이 취소되면서 피해를 본 사건이다. 같은 날 코스피도 하루에만 8.77% 폭락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투자자 피해는 책임 공방으로 번지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증권사들에 법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으나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의 반발 민원을 대량으로 받으면서 난감해했고, 실제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은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평가까지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다.
시스템 마비로 사건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블루오션도 미국 내 규정상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일부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투자자 피해 보상을 마련하긴 했으나 역부족이었고, 결국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 주간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주식 주간거래 재개는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투자자 보호 장치가 이전보다 대폭 강화됐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증권사들은 거래 장애 발생 시 신속하게 주문을 취소하고 투자자 잔고를 사고 발생 이전 시점으로 돌릴 수 있는 롤백 시스템을 이번 재개를 위해 의무적으로 구축해 위험도를 낮췄다. 또 증권사들은 이번 미국 주식 주간거래에 활용할 대체거래소로 블루오션뿐만 아니라 브루스, 문 등 미국의 다른 대체거래소를 추가로 활용할 예정이다. 특정 거래소의 장애로 인한 서비스 중단을 미리 방지하기 위함이다.
금융 당국의 감시 기능 강화도 안전성을 높인다. 앞서 금융감독원 등은 증권사에 사고 발생 시 명확한 보상 정책과 대응 메뉴얼을 갖추도록 주문했으며, 미국 주식 주간거래 재개 이후 또 대규모 전산 사고가 발생한다면 해당 증권사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엄연히 정규장 거래가 아닌 ATS를 통한 거래이므로 유동성이 부족하거나 가격 변동성이 확대돼 실제 주가와 일부 괴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안내 사항과 유의사항 등울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