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호영 기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대중 강경파이자 친대만파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31일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일본 공영 NHK 방송,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경주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양국의 정상회담은 지난 2024년 11월 페루 APEC 정상회의 이후 약 1년 만이다. 지난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총리는 처음으로 시 주석과 만난다.
NHK는 회담에서 '전략적 호혜 관계' 추진을 재확인하고, 공공의 이익을 확대하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양국 관계 구축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전략적 호혜 관계는 정치적으로 대립하더라도 실질적 협력을 지속하는 관계로, 지난 2008년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공식화된 개념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4일 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 중국에 대해 "경제 안보를 포함한 안보상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로 건설적이며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정상 간 솔직한 대화를 거듭해 전략적 호혜 관계를 포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시 주석은 전례와 달리 다카이치 총리에 본인 명의의 축전을 보내지 않았고 리창 총리가 대신해 비공개 축전을 보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를 "명확히 우파적 역사관을 가진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무라야마 담화'를 비판한 과거를 부각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자민당 총재와 총리 선거 국면에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에도 공물만 봉납했다.
이를 반영한 듯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새 일본 내각이 보내는 긍정적 신호에 주목한다. 고위급 교류는 중일 관계 발전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한층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
양국이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 속 이번 정상회담에선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와 희토류 수출 통제를 비롯한 경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동중국해 문제에 관한 대화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산업상은 30일 경주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을 만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청했다. 중국은 지난 2023년 8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응해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올해 6월에는 조건부 재개됐지만 후쿠시마현을 중심으로 10개 지역은 재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카자와 경제산업상 희토류 수출 통제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을 취하도록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와 시 주석의 회담을 통해 민감한 양국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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