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8회초 2사 2루. 무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치던 한화 선발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마운드를 김범수에게 넘겼다. 와이스의 투구 수가 117개에 이르러 더 이상 던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스코어는 한화의 3-0 리드. 불펜에서 아웃카운트 4개를 잡는 동안 2점 이내로 실점하면 한화가 이긴다. 그러면 2연패 뒤 2연승을 올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김범수가 김현수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았다. 3-1.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김범수는 4번 문보경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다. 한화 더그아웃에 차가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은 26일 1차전, 29일 3차전에 이어 한국시리즈 들어서만 세 번째 등판이다. 다행히 김서현은 오스틴을 2루수 뜬공으로 처리해 한 숨을 돌렸다.

한화는 8회말 최재훈의 천금 같은 적시타로 한 점을 달아났다. 4-1. 이제 9회말 한 이닝만 지키면 된다. 9회말 한화 수비.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놀랍게도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은 이미 구위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8회초 오스틴에게 던진 공도 가운데 높은 실투였지만 슬럼프에 빠져 있는 오스틴이 제대로 공략을 못한 것이다. 김서현은 선두 타자 오지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때라도 투수를 바꿔야 했지만 김경문 감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7번 박동원이 김서현의 속구를 받쳐 놓고 맘껏 때렸다. 중월 2점 홈런이었다. 4-3.
김경문 감독은 포기한 듯 그대로 있었다. 평정심을 잃은 김서현은 박해민에게 볼넷을 내줬다. 그제야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김서현을 내렸다. 이미 승리의 기운은 LG로 넘어간 뒤였다. 그 뒤 LG의 방망이는 봇물처럼 터졌고, 한화는 허망하게 4-7로 역전패했다. 한화는 한 번만 더 지면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거품이 된다. 26년을 기다린 우승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한화는 스스로 패배의 구렁텅이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무엇이 김서현의 기를 살려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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