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관련 전시와 체험 콘텐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제 관객은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고 드라마 속 장면을 직접 재현하며 참여형 관람자로 변신한다. <더팩트>는 이러한 흐름 속에 등장한 K콘텐츠 체험 전시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변화하는 관람 문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무대의 막이 오르기 전 그 뒤편에서는 수많은 손길이 분주히 움직인다. 배우의 연기만큼이나 조명 음향 세트 의상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 하나의 공연을 완성시킨다. 이러한 무대 뒤의 세계를 일반 관람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로 16에 위치한 국립극장 무대예술지원센터는 국립공연예술단체의 무대용품을 전문적으로 보관하고 재제작과 공유 플랫폼 운영을 통해 무대예술제작을 지원하는 곳이다. 동시에 전시와 체험, 공연 이벤트, 센터 투어 등 일반인에게 열린 복합문화서비스를 제공하며 열린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센터 내부는 3층 규모로 구성돼 있다. 1층에는 체험극장, 2층에는 상설전시실과 개방형 보관소, 3층에는 소품·의상·장치 보관소가 마련돼 있다. 다만 일부 구역은 현재 공사 중으로 단체 예약을 통한 해설 프로그램을 신청해야만 관람이 가능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해설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무대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1층의 체험극장 '쏙'이었다. 이곳은 이탈리아 올림피코 극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공간으로 르네상스 시대 고대 그리스로마 극장의 영향을 받은 서양 최초의 석조 실내 극장을 재현했다. 관람객은 객석과 그린룸, 스태프룸, 백스테이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실제 극장을 탐험하듯 체험할 수 있다. 무대 위에서는 매주 일요일마다 공연도 진행된다.

무대 뒤편의 그린룸으로 들어서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음향과 조명 기기, 의상과 소품 등이 빼곡히 놓여 있고 실제 국립극장에서 사용됐던 장비들이 공간의 생동감을 더했다. 또한 '신과 함께-저승편'에서 착용했던 의상을 비롯해 악보, 대본 등이 전시돼 있어 무대예술의 세밀한 뒷면을 엿볼 수 있었다.
이어 창극 '정년이'의 실제 세트가 눈앞에 펼쳐졌다. 해설가는 "'정년이'는 2023년도에 창극으로 먼저 만들어졌다. 웹툰을 창극화한 게 처음이다 보니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두 달 전에 개막한 공연도 전석 매진됐다"며 "이 공간은 당시 실제로 사용했던 세트를 그대로 옮겨온 곳"이라고 전했다.
그 옆에는 '별별 실감 극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공연이 없는 날에도 자유롭게 방문해 공연예술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공간이다. 무대 체험존, VR 체험존, 분장 체험존, 실감 극장 등 네 개의 파트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코너마다 다른 방식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분장 체험존에서는 카메라 인식을 통해 얼굴에 분장을 입히거나 모션 인식을 통해 의상을 착용한 듯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었다. VR체험존에서는 서울 해오름극장의 내부와 의상 보관실, 장치 제작실, 연습실 등을 가상으로 탐색할 수 있었다.
윗층으로 올라가면 공연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공간이 나타난다. 해설가는 "공연이 끝나면 장치나 의상, 소품이 많이 남는데 그동안 이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민간 창고를 유료로 이용하기도 했다"며 "이런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된 공간"이라고 말했다.

실제 보관소에는 1970년대 창극 '수궁가'에서 사용했던 탈부터 무대에서 쓰인 각종 음향·조명 장비가 빼곡히 있었다. 특히 의상 보관소는 RFID(무선인식)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국립창극단·관현악단·무용단 등 주요 단체의 공연 의상은 물론 예술 활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에 대여도 가능하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예술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유아부터 청소년까지 연령별로 구성된 진로체험 활동지가 마련돼 있고 각 파트의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해설가는 "전시만 보는 공간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각 파트의 전문가들이 일하는 공간을 둘러볼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다. 실제 현장을 마주하면서 받는 자극과 현장감이 있을 것"이라며 "관객분들도 여기 오면 이 직업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물어본다. 예술 분야 진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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