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한 회생제동과 서스펜션이 만든 노면 밀착감
e-쉬프트·드리프트·런치…일상부터 서킷까지
단일 트림 판매 개시 '7990만원'
![]() |
| 지난 23일 충남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센터에서 진행된 시승 행사 중 '아이오닉 6 N'이 젖은 노면 드리프트 코스를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 |
[더팩트ㅣ태안=황지향 기자] 전기차가 더 이상 조용하고 부드러운 이동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 23일 충남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센터에서 만난 아이오닉 6 N은 그 인식을 뒤집었다. 단순히 빠른 가속이 아니라 차체 밸런스가 섬세하고 코너를 공략하는 감각이 '운전의 재미'를 새삼 일깨웠다.
이날 시승은 약 20㎞ 일반 도로 구간에서 먼저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회생제동의 완성도였다. 오토 모드로 설정하면 브레이크 페달을 거의 밟지 않아도 감속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전기차 특유의 급한 제동감 대신 부드럽고 예측 가능한 감속이 이어져 어느 구간에서도 거슬림이 없었다. 노멀·스포츠·N모드를 오가며 주행해 보면 가속 페달 응답과 스티어링 무게감, 제동 강도가 뚜렷이 달라졌다.
실내에서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 편의성이 돋보였다. 왼쪽의 파란색 드라이브 모드 버튼으로 일반 주행 모드를 변경하고, 아래쪽 왼편의 N 버튼으로 N모드에 진입할 수 있다. 오른쪽 중앙의 NGB(N 그린 부스트) 버튼은 순간적으로 최대 출력을 끌어올릴 때 사용된다. 버튼의 배열이 손가락 위치와 자연스럽게 맞아 주행 중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고 조작이 가능했다.
![]() |
| 아이오닉 6 N의 스티어링 휠 전경. 왼쪽의 파란색 드라이브 모드 버튼과 좌우 N 버튼, 오른쪽 NGB 버튼을 통해 주행 모드 및 고성능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태안=황지향 기자 |
일반 도로 시승 후 이어진 슬라럼 구간에서는 아이오닉 6 N의 코너링 악동 면모가 빛을 발했다. 새롭게 적용된 차세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롤 센터 하향, 캐스터 트레일 증대)가 차체 움직임을 한계 상황에서도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고, 노면에 밀착된 듯한 안정감을 줬다. 스티어링 반응은 즉각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았고, 긴급 회피 구간에서도 자세 복원이 자연스러웠다.
코너 브레이킹에서는 회생제동과 기계식 제동이 이질감 없이 이어졌고, e-LSD(전자식 차동제한장치)가 좌우 구동력을 정교하게 배분했다. N 페달을 활성화하자 감속 시 앞 하중을 빠르게 실어 코너 진입부에서 접지감을 높였고, 탈출까지 라인이 안정적으로 이어졌다. 카빙 코스에서도 노면의 굴곡에 대한 반응이 명확했다. 스트로크 감응형 ECS가 연속 코너에서도 차체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행 리듬을 만들기 쉬웠다.
드래그 체험 구간에서는 N 런치 컨트롤과 N e-쉬프트, N 그린 부스트를 함께 경험했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아 런치를 걸자 출력이 예열되며 특유의 스포츠카 사운드가 실내를 채웠다.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가 지체 없이 쏘아 올랐고, 초반 가속감이 즉각적이었다.
![]() |
| 아이오닉 6 N의 후면부 디자인. 리어 스포일러와 블랙 하단 디퓨저, 레드 라인이 고성능 감각을 강조한다. /황지향 기자 |
N e-쉬프트는 전기차에서도 실제 변속 감각을 구현하기 위한 기능이다. 인버터가 모터 출력을 순간적으로 끊었다 다시 연결하며 변속 충격을 만들어내고, 회전수 상승음과 함께 리듬감 있는 가속이 이어진다. 패들 조작에 따라 속도와 사운드가 정교하게 맞물리며, 내연기관 듀얼클러치 변속기 차량과 유사한 주행 감각을 전달했다. N 앰비언트 쉬프트 라이트가 변속 타이밍을 시각적으로 알려주고,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의 이그니션 사운드가 이를 보완해 주행 몰입감을 높였다.
젖은 노면의 N 드리프트 코스에서는 구동 배분과 차체 제어의 완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는 이니시에이션·앵글·휠스핀을 세분화해 설정할 수 있고, 후륜에 구동력을 100% 배분한다. ESC와 회생제동, e-LSD 제어가 적절히 개입해 드리프트 각도가 일정하게 유지됐다. 노면 상태가 달라져도 반응이 급하지 않고, 뒷바퀴의 미끄러짐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제어됐다. 드리프트 택시 체험에서는 젖은 노면과 마른 노면을 번갈아 주행했으며, 노면 상태에 따라 차체 제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킷 주행에서는 아이오닉 6 N의 성능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차는 앞뒤 모터 합산 최고출력 478㎾(약 650마력), 최대토크 770N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2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속도는 257㎞/h다. 출력 수치보다 인상적인 점은 가속과 제동, 차체 제어가 일정한 균형으로 맞물린다는 점이었다.
![]() |
| 현대자동차 고성능 전기 세단 아이오닉 6 N 일반 도로 주행 모습. /현대차 |
고속 구간의 가속은 폭발적이지만, 제동 시 회생제동과 유압 브레이크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감속 과정이 일정했다. 코너 구간에서는 스트로크 감응형 ECS와 강화된 차체 강성이 균형을 잡았지만, 일부 급커브 구간에서는 미세한 쏠림이 느껴지기도 했다. 전체적으로는 차체가 눌리며 안정적으로 반응해 노면과의 일체감이 유지됐다. 서킷 택시 주행에서는 전문 드라이버의 페이스에서도 가속과 제동이 꾸준히 유지됐고, 모터 출력이 일정하게 이어져 랩 전체의 리듬이 깔끔했다.
아이오닉 6 N은 단순히 빠른 전기차가 아니다. 노멀 모드의 부드러운 완급 제어부터 스포츠 모드의 직결감, N모드의 예민한 반응까지 각각의 성격이 명확히 구분된다. 전자제어 시스템이 개입하더라도 운전자가 제어의 중심에 있다는 느낌이 유지된다. 노면을 움켜쥐는 접지력과 변속 리듬, 사운드의 조화가 운전 감각을 풍부하게 만든다. 전동화 시대에도 주행의 즐거움이 여전히 유효함을 아이오닉 6 N은 기술적으로 보여줬다. 단일 트림으로 출시돼 지난 1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아이오닉 6 N의 국내 판매 가격은 7990만원이다.
![]() |
| 아이오닉 6 N의 후면 모습. 리어 스포일러와 픽셀형 리어램프, N 배지가 고성능 감각을 강조한다. /황지향 기자 |
hyang@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