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 환전 과정 줄여 환율 리스크 완화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원화 약세 압력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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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환율 안정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30원을 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환율 안정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검토 중인 가운데 통화관리와 자본 유출입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7원 오른 1426.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한때 1434.0원까지 치솟으며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당국은 "시장 쏠림 가능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당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한·미 관세 협상과 미국 인플레이션 추이에 따라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환율 방어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원화 등 법정화폐 가치에 1대1로 연동돼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다.
토스인사이트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거래가 늘어나면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고도 해외 송금과 결제가 가능해져 환율 변동성이 완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서 자산 이전이 이뤄지면 환전 과정의 노출이 줄어들어 글로벌 결제에서의 환율 리스크가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또 "은행 중심의 컨소시엄 형태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자본 유출입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시장 안정 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존 금융 인프라와의 조화를 강조했다. 실제 최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염두에 두고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선제적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원화 가치에 직접 연동돼 있기 때문에, 해외 거래량이 늘어날수록 실질적인 원화 수요를 확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디지털 자산 생태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이 늘면 원화 유통 기반이 넓어지고, 외환시장 내 원화 수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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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 속도를 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내부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배정한 기자 |
정부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에 속도를 내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 내부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잘 운영하고 도입한다면 한국 경제에 새로운 혁신의 기회가 열릴 수 있겠지만, 통화관리나 외환·자본 유출입 문제 등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충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논의를 공식화한 것은 단순한 가상자산 규제 차원을 넘어, 환율과 통화 안정을 아우르는 거시경제 프레임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화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확산될 경우 오히려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5월 열린 '디지털 자산 전문가 패널 간담회'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게 되면 원·달러 환율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통화수요 감소와 외화수요 증가로 환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이 240만개 이상 급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약 10% 상승하고 코스피가 10% 하락하는 등 외환보유액 감소와 외국인 자금 유출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는 실증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주요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 전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제도가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제도권 진입을 위한 로드맵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결제·거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 원화 기반 금융 인프라가 약화될 수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틀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